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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 팬덤 덕이라고? BTS·블핑은 팝 시장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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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성 팬덤 덕이라고? BTS·블핑은 팝 시장의 지배자"

입력
2020.09.10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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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위 사진)과 블랙핑크. 세계 팝의 중심 빌보드에서 새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위 사진)과 블랙핑크. 세계 팝의 중심 빌보드에서 새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종합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를 2주 연속 차지했다. 그룹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Ice Cream)'도 이 차트에서 13위에 첫 등장했다. K팝 여성 그룹으로서 최고 기록이다. 핫100 20위 안에 국내 가수가 2팀 이상 오른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신곡이 핫100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뿐만 아니라 라디오 방송 부문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K팝 인기를 두고 ‘일부 극성 팬들 덕’이라는 평가는 사라져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국 현지 언론인 포브스조차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정복을 “뉴 노멀(New Normalㆍ새로운 표준)”이라 표현할 정도다. 1960년대 비틀스, 롤링 스톤스, 더 후 등 영국 록 밴드들이 미국 팝 시장을 점령한 것을 두고 ‘브리티시 인베이젼(영국의 침공)’이라 불렀듯 ‘K팝의 침공’이란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8일(현지시간)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차트 정복은 뉴 노멀

미 언론 포브스

핫 100은 스트리밍 횟수와 음원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한 주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순위를 집계하는 차트다. 당연히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빌보드 역사상 핫 100에 1위로 데뷔한 곡은 '다이너마이트'를 포함, 43곡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2주 연속 1위는 20곡뿐이다.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오로지 '아미(방탄소년단의 팬클럽) 덕분'이라는 평가가 쏙 들어가는 이유다.

이는 수치에서도 확인된다. 빌보드에 따르면 '다이너마이트'는 발매 2주차(8월 28일∼9월 3일) 스트리밍 1,750만회, 다운로드 18만2,000건을 기록했다. 2주 연속으로 18만 건 이상 다운로드를 기록한 곡은 2016년 9월 듀오 체인스모커스와 할시의 '클로저(Closer)' 이후 4년여 만이다.

비영어권 가수에게 가혹할 수 밖에 없는 라디오 방송 기록도 좋다. ‘다이너마이트’는 라디오 방송 횟수를 따지는 빌보드의 '팝 송스 라디오 에어플레이 차트'에서 지난주 20위에 이어 이번 주 18위를 차지했다. 역대 최고다. 미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음원 발매 직후 이틀간 162개 방송국에서 2,128회 방송된 ‘다이너머이트’는 2주차 접어들면서 180개 방송국에서 4,019회 방송됐다. 팬덤을 넘어 대중의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확장세가 뚜렷하다.

방탄 이어 블핑도 라디오에서 선전

빌보드 차트

여성 그룹 블랙핑크의 선전도 눈길을 끈다. 팝스타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한 '아이스크림'으로 핫100 차트 13위에 오른 것. 올해 발매한 싱글 '하우 유 라이크 댓'과 레이디 가가 곡에 참여한 '사워 캔디'가 기록한 33위를 단숨에 깼다. 2018년 '뚜두뚜두'(55위) 이후 빌보드 문을 두드려온 블랙핑크에겐 희소식이다. ‘아이스크림’ 역시 고무적인 부분은 라디오 방송 횟수다. 빌보드 '팝 송스 라디오 에어플레이 차트'에서도 32위에 진입, 그룹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빌보드가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가 함께 한 '아이스크림'의 13위 등극을 알리고 있다. 빌보드 홈페이지 캡처

빌보드가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가 함께 한 '아이스크림'의 13위 등극을 알리고 있다. 빌보드 홈페이지 캡처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선전 이유로 꼽히는 키워드는 ‘현지화 전략’이 꼽힌다. ‘다이너마이트’는 영국의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제시카 아곰바르가 곡을 썼다. ‘아이스크림’은 소속사 YG가 주도했다지만 토미 브라운, 미스터 프랭크스, 아리아나 그란데 등 이름 있는 프로듀서와 가수가 참여했다. 가사는 전부 영어로 쓰거나 대부분 영어로 채웠다. 그룹 멤버들이 영어에 능해 현지 언론이나 팬들과의 소통에도 별 지장이 없다.

현지화 전략? 그간 쌓아온 인기가 폭발하는 것

평론가 김윤하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평가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지화 전략이 도움이 되는 측면은 존재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이들 인기를 설명하긴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제껏 쌓아온 인기가 확산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평론가는 “해외 음악인과 협업도 예전엔 인지도 때문에 우리가 요청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상대 쪽이 먼저 흥미를 느끼고 제안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심히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또한 “단순한 팬덤이 아니라 팝 음악이라는 보편적 세계에 우리나라 가수도 마침내 진입했다는 징표”라 했다. 이는 해외 언론도 마찬가지다. 포브스의 음악 전문 기자 브라이언 롤리는 "회의론자들은 열광적인 팬들이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실적을 부풀린 결과로 치부하겠지만 방탄소년단은 미국 음악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인기를 부정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 했다.

이 때문에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이제야 제대로 된 출발선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시간 기준으로 오는 10일 NBC 투데이 '시티 뮤직 시리즈’, 17일 NBC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한다. 블랙핑크는 다음달 14일 넷플릭스를 통해 자신들의 참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Blackpink: Light Up the Sky)’를 공개한다. K팝의 침공은 이제 시작이다.

고경석 기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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