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식은 달라도 가치가 모여 실현하는 착한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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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식은 달라도 가치가 모여 실현하는 착한 소비

입력
2020.09.15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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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장보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집밥 소비 증가와 장마·집중호우 영향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3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2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105.50(2015=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7% 올랐다. 이는 지난 3월(1.0%)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주요 상품 물가를 보면 농·축·수산물이 지난해보다 10.6% 올랐는데 특히 채소류 상승률이 28.5%로 가장 많이 올랐다. 축산물과 수산물은 각각 10.2%, 6.4%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농축산물 판매대. 2020.9.2 jin90@yna.co.kr/2020-09-02 14:20:06/<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마트에서 물건을 고를 때 제품에 부착된 탄소배출량 인증마크를 꼼꼼히 살피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는 불편하더라도 공정무역 사이트를 통해서만 구매한다.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에게 공정한 노동의 대가가 돌아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로컬푸드 매장을 자주 이용한다. 지역사회 판매자를 돕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비가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여 구매를 결정하는 착한 소비, 즉 윤리적 소비자들의 이야기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착한 소비에 관한 인식 및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공감하는 착한 소비는 ‘친환경 제품 구매’

먼저 소비에 대한 가치관을 물어보았다. 전체 응답자의 62%는 법을 위반하거나 사회적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공동체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소비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반면, 20대에서는 법을 위반하거나 사회적으로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어떤 선택을 하던 소비자의 몫이라는 의견(53%)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비를 사적 영역보다는 공적 영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업과 지자체의 착한 소비 마케팅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소상공인, 지역 농민들을 살리자는 취지의 착한 소비 캠페인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전체 응답자 중 89%가 착한 소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굉장히 높은 비율처럼 보이지만 그 중 착한 소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34%이고, 나머지 55%는 들어본 적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착한 소비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소비를 착한 소비라고 생각할까?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는 것(73%), 사회적 책임을 잘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67%),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로컬 제품을 구매하는 것(58%) 순으로 착한 소비에 가깝다고 느끼고 있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에서는 친환경 제품과 동물복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50대에서는 사회적 책임 기업의 제품, 로컬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착한 소비에 해당한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소비 만족도 동물복지>사회적 기업>공정무역 제품

실제로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인 47%는 착한 소비를 해본 적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소비는 단순 소비가 아닌 다른 사람 혹은 사회 전체에 이익을 고려하여 의도적으로 선택한 경험을 의미한다. 착한 소비 경험자들의 소비 유형으로는 재래시장/전통시장 이용이 8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친환경 제품 구매(84%), 동네 소규모/소매점 이용(84%) 순이었다. 특히, 2030대의 경우 동물복지와 관련한 소비 경험이 상대적으로 높음을 볼 수 있다.

착한 소비를 실천했을 때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그 중에서도 동물복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만족(매우 만족+약간 만족) 비율이 94%로 가장 높았고 이어 친환경 제품(93%), 사회적 기업 제품(93%), 공정무역 제품(92%) 순이었다. 그러나, 착한 소비에 대한 만족도가 향후 소비 동참 의향으로 온전히 이어지지는 않았다. 소비 경험에 만족했다는 응답 대비 향후 동참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적게는 8%p부터 많게는 18%p까지 낮게 나타났다. 경험 자체에는 만족하지만 구매 행동을 지속하게 하는 요인이 부족함을 추정해볼 수 있다.

착한 소비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동기는 무엇일까?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43%로 가장 많았고, 판매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가 24%로 다음으로 많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20대의 경우 심리적 만족감 때문에(23%) 착한 소비를 한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소비에 있어서 심리적 만족감, 즉 가심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

반대로, 착한 소비를 해 본 적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착한 소비에 대해 알지 못해서가 28%로 가장 많았고, 주변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곳이 없어서가 16%로 다음으로 많았다. 제품의 다양성, 가격, 품질에 대한 판단에 앞서 정보를 접하지 못하거나 실제로 주변에서 판매처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주된 이유였다. 앞에서 보여준 착한 소비 경험 비율도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소비 방식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함께 생각해 볼 만하다.

제품 구매할 때 품질>가격>기업이미지 고려

제품이 아닌 기업 자체가 소비 결정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구매하거나, 반대로 비윤리적 경영을 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을 벌이는 방식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미치기도 한다.

제품 구매 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을 물었을 때, 기업에 대한 이미지(69%)가 품질(95%), 가격(93%) 다음으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6명 이상이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더라도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비윤리적이라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즉, 제품의 호감 요인이 있더라도 비윤리적 기업의 제품이라면 불매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제품의 가성비가 낮더라도 친환경 제품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을 물었을 때에는, 비윤리적 기업의 제품에 대한 불매 의사보다는 약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품 자체를 넘어서 그 이면의 생산 및 유통 방식,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다른 한 편에서는 일상적인 소비 생활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 또한 있을 것이다. 소비를 통해 현재 직면하고 있는 환경, 노동 문제 등을 즉각 해결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이러한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면 기업이 먼저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홍세정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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