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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마케팅 꼼수에 판 깔아준 과기부

입력
2020.09.07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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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오지게 안 터지는 게 5G다”, “손해배상 청구합시다”, “과기부는 사기부냐”

태반이 부정적이다. 사탕발림에 현혹당한 분노로 들렸다. 지난달 초 정부에서 발표한 ‘2020년도 상반기 5세대(5G) 통신서비스 품질평가’를 접한 이용자들의 혹평이다.

국내 이동통신업계가 5G 서비스 품질 논란으로 여전히 시끄럽다. 정부의 첫 5G 품질평가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다. 지난달 5일 발표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품질평가에 따르면 5G 평균 내려받기 속도는 지난해 4G인 롱텀에볼루션(LTE) 품질조사에서 나왔던 수치에 비해 약 4.1배 빨랐다. 이는 5G를 선보였던 지난해 4월 당시 “LTE 보다 최대 20배 빠르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이통사의 행보를 감안하면 소비자들에겐 와닿지않는 체감지수다. 현재 700만명 이상의 값비싼 5G 요금제 가입자에게 함량 미달의 쥐꼬리만한 혜택이 주어지는데 그친 것이다.

과기부 태도도 문제다. 이통사의 이런 꼼수를 사실상 방관했다. 이통사가 과기부로부터 인가 받은 5G 요금제엔 선행 기술의 대중화 유도를 명분으로 ‘5G 단말기 구매 이후, 6개월은 5G 요금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조항은 이통사에게 5G 네트워크의 전국망 구축과는 관계없이 소비자들에게 고가의 5G 요금제만 강요해도 무관하다는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가입자 모집 시 “정부의 인가 정책이다”며 이용자들에게 4G 대신 값비싼 5G 요금제를 강권한 뒷배가 됐단 얘기다. 최근 영국 시장조사업체인 오픈시그널에 따르면 국내 5G 가입자의 전체 접속 시간 중 5G망 이용 비율은 15%에 머물렀고 나머지는 4G망을 썼다. 소비자 입장에선 결국 1년 넘게 부실한 5G 네트워크 대신 4G망을 사용하면서도 고가의 5G 요금제로 이통사의 배만 불려준 셈이 됐다. 이통3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한 1조8,000억원대에 달했다.

품질평가 지역 또한 논란이다. 과기부 품질평가는 서울과 6대 광역시에서만 실시됐다. 5G 네트워크 구축 속도가 느린 소도시 테스트는 아예 빠졌다. 이는 소도시 5G 가입자를 무시한 처사다. 결과에 관계없이 품질평가를 진행해야 했고 가감 없이 공개했어야 옳았다.

공정성도 떨어졌다. 무작위로 실시됐어야 할 과기부 품질평가가 이통사에서 지정한 5G 기지국에서만 진행됐다. 가입자 불만은 다양하다. 지난달 중순 한국소비자원에서 내놓은 5G 서비스 설문(800명, 중복응답)에 따르면 △체감 속도 불만족(52.9%) △커버리지(영역) 협소(49.6%) △고가 요금제(48.5%) △커버리지 내에서 5G 대신 4G로 전환(41.6%) 등으로 나왔다. 5G 품질 문제가 21대 국정감사 의제로 일찌감치 올라간 건 당연하다.

과기부는 한가하다. “일단은 망이 안정적으로 깔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한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5G에 이어 6G에서도 세계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향후 5년간 2,000억원의 투자 계획까지 내놨다.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최초 타이틀’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 타이틀이 소비자보다 우선시 될 순 없다. 이용자들에게 외면 당한 세계 최초 타이틀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과기부가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허재경 산업부장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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