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혜선 'LG행' 포기, 당연한 처신인가 자유 침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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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 'LG행' 포기, 당연한 처신인가 자유 침해인가

입력
2020.09.06 10:10
수정
2020.09.0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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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혜선(가운데) 정의당 의원이 포스코바로세우기 시민연대 활동가들과 함께 2018년 국회에서 포스코의 투명한 회장 선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헌법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명시돼 있다. 국회의원이 의원 경력을 딛고 재벌 기업으로 ‘이적’하면 어떨까. 20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와 정무위에서 활동한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 이야기다.

추 전 의원은 국회에서 통신ㆍ방송 현안을 주로 다뤘고, 의원 배지를 뗀 지 3개월 만인 최근 LG유플러스의 비상임 자문위원이 됐다. 전직 의원이 피감기관 격인 대기업에 취업한 것은 고위 공직자의 '이해충돌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는 논란을 낳았다. 추 전 의원이 노동자 편에서 대기업과 각을 세우는 게 DNA나 마찬가지인 정의당 출신이라는 사실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추 전 의원은 결국 LG 행을 접었다. 그는 6일 페이스북에 "LG유플러스 비상임 자문위원을 사임한다"는 글을 올렸다. '위법이 아닌 한, 공직자 출신 인사에게도 직업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주장과 '어떤 경우에도 공직자가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반론 사이에서, 추 전 의원이 후자를 택한 것이다.

다만 여의도를 떠나자 마자 대기업 이적 카드를 받아든 건 추 전 의원만이 아니다. 20대 국회 출신인 장석춘, 김규환 전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 의원이 임기 1년의 LG전자 비상임 자문위원으로 선임됐다. LG경제연구원은 송희경 전 국민의힘 의원을 비상근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직 국회의원의 공직자 윤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국회의원 경험 살려서”... 공직자에게도 자유와 역할이 있다

추 전 의원이 LG유플러스의 비상임 자문으로 활동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 달 31일. 추 전 의원은 언론을 통해 'LG그룹 노사 현안 해결에 있어 공공성 확대를 위해 활동하겠다'는 포부를 알렸다. 노사 문제뿐 아니라 세대 갈등, 젠더 이슈 등에 대해서도 추 전 의원의 이력이 도움이 될 거라는 게 추 전 의원과 LG의 설명이었다.

추 전 의원은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 사무총장 등을 거쳐 정의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에서 통신 재벌 감시, 통신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송 공공성 등 이슈를 집중 제기했다. 4ㆍ15 총선에서 경기 안양시 동안을 지역에 출마했다 낙선했다.

추 전 의원은 LG유플러스에 가서 국회가 아닌 기업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한다. 그는 지난달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에서 LG행에 대해 ‘취업 가능’이라는 결론을 받았다.


“고위공직자는 자유보다 책임이 커”...결국 하차


추혜선 전 정의당 의원이 2018년 7월 국회 정론관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 후보 검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전직 의원이 몸 담았던 국회 상임위의 피감기관으로 곧바로 취업한 것은 '면죄부를 받을 수 없는 공직자 윤리 위반'이라는 지적이 다수였다.

특히 진보 진영에서 추 전 의원을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3일 “불과 100여일 전까지 자신이 속했던 상임위의 유관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공직자 윤리에 명백히 어긋난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든 외연 확대든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본의 이해로부터 거리두기, 이해충돌금지는 그가 속한 진보정당 뿐만 아니라 오래 몸 담았던 언론시민운동이 엄격히 지키도록 정한 기본원칙"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도 추 전 의원의 재고를 공식 요청했다. 정의당은 3일 상무위원회에서 추 전 의원의 LG유플러스 자문은 정의당의 원칙과 어긋난다고 결내렸다. 정의당 일부엔 '진보 정당 출신 의원은 여의도를 떠나 무엇을 할 수 있느냐. 긍정적 방향으로 경력을 살리는 게 더 나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지만, 소수 의견이다.

결국 추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여러분과 시민들께 큰 실망을 드려서 죄송하다. 앞으로 뼈를 깎는 성찰과 자숙의 시간을 보내겠다"며 자문위원 사임 의사를 밝혔다. LG전자 노조위원장 출신인 장석춘 의원은 6일 본보 통화에서 "나는 환노위 출신이라 이해 충돌 가능성이 없다"고 했고, 송희경 전 의원은 "LG 쪽에 취업할 생각 없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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