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돌아온 트럼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입력
2020.09.06 09:00
0 0
박홍민
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라트로브의 선거집회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최근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가 올라가고 있다. 민주당은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선거에서 지지 않으려고 꼭 투표하려고 하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은 다 이긴 선거 아니냐며 코로나 걸릴세라 투표장에 안 가려 한다는 두려움도 있다. 이 지역의 선거 광고를 지난주부터 대폭 늘렸으며, 바이든 후보가 직접 위스콘신을 방문하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첫째, ‘BLM(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 이후 있었던 ‘경찰 예산 삭감(defund police)’ 운동이 지나치게 과격해 보였다. 경찰을 없애는 것과 같다는 트럼프 진영의 선거 광고도 먹힌 듯 보이는데, 특히 중ㆍ서부 경합주에서는 반대 여론이 무려 80%에 육박한다. 둘째,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트럼프의 메시지가 TV 화면 속에서 자극적으로 보이는 폭력, 약탈 장면과 겹치면서 공화당 지지자들에게 논리적 기반을 제공해 주었다. 5개 경합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위가 최근 폭력적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49%로,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42%보다 꽤 많다.

셋째, 아마도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당 양극화(party polarization)’가 아닐까 생각한다. 1960년대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이념, 정책적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각 정당 내부의 결집력은 강화되었던 현상을 말한다. 최근 정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제는 ‘감정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로 발전했다. 일반 국민들까지 상대 정당 지지자를 싫어하고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상대방을 ‘위선적’이고 ‘이기적’이며 ‘속 좁고 완고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일상적인 사회생활까지도 같이하길 꺼린다. 친구관계와 결혼, 심지어 거주 지역 및 직장 선택까지도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하길 원하게 되었다.

정당 양극화와 감정적 양극화의 더 큰 문제는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해석조차도 자기 정당이 선호하는 방향에 부합하게 왜곡시키는 것이다. 불리한 증거는 외면하고 유리한 증거만을 보는 ‘확증 편향’도 강화되며, 가짜뉴스에도 너무나 쉽게 현혹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주택 강제 퇴거 중단을 실시하고 실업수당 연장을 결정해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는 여전히 저소득층 유권자를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욕심쟁이일 뿐이다. 경찰에게 흑인이 또 죽임을 당하고 10대 청소년이 반자동 소총으로 시위대 2명을 쏘아 죽여도,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깨진 유리창과 물건을 훔치는 광란의 무질서가 훨씬 눈에 거슬린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히 잘한 것은 없었다. 그저 공화당 지지자들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떳떳하게 말할 이유를 비로소 찾았을 뿐이다. 두 후보가 본격적인 유세 활동을 시작했으니, ‘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더 많이 커밍아웃할 것으로 보인다.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애리조나에서는 조만간 트럼프가 역전할 가능성이 있고, 플로리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도 박빙으로 돌아설 듯 보인다. ‘플로이드’ 사건의 시발점이자 지난 수십년간 공화당이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미네소타까지도 트럼프는 노리고 있다.

간단히 말해, 올해 초 판세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감정적으로 이미 완전히 양극화되어서 상대방이 집권하는 ‘꼴’을 봐줄 수 없는데, 코로나와 흑인 차별 이슈가 뭐 그리 대수인가?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트럼프를 지지할 것이다. 설령 트럼프가 큰 잘못을 하더라도 말이다. 바이든 지지자도 마찬가지다. 여성을 부적절하게 쓰다듬는 영상이 돌아다니고 가족들의 스캔들이 회자되어도, 바이든을 쭉 지지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 중요해지는 것이 투표율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흑인과 히스패닉이 문제이다. 원래도 투표율이 낮았거니와 코로나 걱정에 투표를 꺼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의 우편투표가 무효 처리되는 비율이 매우 높다고 한다. 반면, 공화당은 상대적으로 여유롭다. 코로나에 취약한 노년층이 걱정이긴 하지만, 지지자들이 원래 투표를 열성적으로 해왔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시시한 일방적 승리가 아니라 박빙의 선거전이 예상된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박홍민의 美대선 이야기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