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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들은 왜 재택근무를 꺼릴까

입력
2020.09.07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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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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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인 AC(After Corona)로 구분된다"고 기술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우리가 시간과 돈을 소비하는 방식에서부터 지식을 습득하거나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표준으로 불리는 언택트(untact)로의 디지털 전환에서 자유로운 것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소비자이자 동시에 생산자인 우리에게 ‘일하는 방식’의 변화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재택근무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3%에 불과했던 원격근무 비중이 최근에는 50~60%대까지 치솟았다. 트위터나 구글, 페이스북 등 IT기업을 중심으로 정착한 유연근무 제도가 JP모건체이스와 같은 금융회사나 포드자동차와 같은 제조사로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재택근무가 당초 우려와 달리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윈윈(win-win)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 입증된 데 따른 것이다. 근로자는 건강에 대한 안전성 확보는 물론, 통근 시간 및 교통비 절감을 통해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미국인들이 지난 몇 달 간 원격근무를 통해 절감한 교통비와 통근시간, 그리고 자동차 사고 감소 및 환경오염 절감 등 사회적 가치를 모두 합하면 약 108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기업 역시 직원 만족도 제고와 이직률 감소는 물론,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력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지리적 제약을 벗어나 더 많은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값비싼 도심의 사무공간을 축소하거나 이전함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재계 전반에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0.6%도 안되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던 국내 원격근무 비율은 한시적으로 30%대로 급증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통해 일하는 방식 자체를 혁신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서구와 달리, 국내 기업들의 대다수는 비대면 업무방식을 지속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 6월에 발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재택근무를 경험한 직원들의 83%가 만족한 반면, 70% 이상의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지속하거나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기존 업무방식과의 충돌(63%)과 업무 진행속도 저하 우려(17%)가 가장 큰 이유였다.

결국 전근대적인 노동문화와 경직된 업무관행이 문제라는 것이다.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성과 중심의 기업문화를 가진 서구와 달리, 국내 기업들의 대다수는 아직도 수직적이고 경직된 과정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직무별 필요역량과 업무성과를 정확히 측정하는 인사시스템이 미비하다 보니, 아직도 업무시간이나 근무태도를 중시하는 직원관리 모델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재택근무 시행은 집과 회사를 오가는 유연근무 제도를 정착시키고 우리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언택트 서비스의 일상화를 통해 이미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기업들 간의 성과 격차는, 앞으로 유연한 디지털 업무환경을 제대로 구축한 기업들과 그렇지 못한 기업들 간의 인재 격차와 생산성 격차로 더욱 심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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