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단 KGC인삼공사는 발렌티나 디우프(27ㆍ이탈리아)라는 자타 공인 리그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다. 여기에 국가대표 리베로 오지영이 있고 센터진도 국가대표 한송이를 비롯해 박은진 정호영으로 든든하다. 세터도 역대 통산 세트성공 3위(현역 1위)를 기록 중인 염혜선이다. 인삼공사는 그러나 매 시즌 아쉬운 성적을 냈다. 확실한 레프트 부재라는 문제가 있었지만 매번 숙제를 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 시즌엔 프로 3년 차 레프트 고의정(20)이 이 숙제에 도전장을 냈다.
고의정은 1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ㆍMG새마을금고컵 배구대회 여자부 B조 도로공사전에서 13득점(성공률 34.2%)하며 팀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힘을 실은 강력한 서브도 여전했다. 고의정은 경기 후 “준비한 만큼 보여드릴 수 있었고 또 이겨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고의정은 그간 부상 악재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프로 첫 시즌이던 2018년 12월 훈련 중 무릎 십자인대가 손상돼 시즌 아웃됐고 2019년 코보컵을 앞두고 다시 부상을 당하면서 대회를 뛰지 못했다. 2019년 12월 V리그에 복귀한 뒤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출전해 팀의 막판 상위권 추격에 힘을 보탰지만(서브 10득점) 정작 공격수로서는 4차례 시도(3득점)에 그쳤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제천ㆍMG새마을금고컵 1차전에서 데뷔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현역 시절 레프트 출신으로 꾸려진 인삼공사 코치진(장영기 안준범 박민범 김달호) 역시 고의정의 ‘레프트 가능성’을 눈여겨봤다고 한다. 여기에 주전 레프트였던 지민경이 무릎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불참하면서 고의정에게 기회가 왔다.
첫 선발 경기에서는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팀은 3-2로 대역전승을 거뒀지만 고의정은 7득점(성공률 33.3%)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세트엔 선발에서 빠졌고 5세트는 뛰어보지도 못했다. 1차전 후 이영택 인삼공사 감독은 “준비 기간 (고)의정이가 리시브 훈련을 많이 했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며 “(첫 주전이라) 많이 긴장했고 기대엔 못 미쳤을 수 있지만 이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다. 충분히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냈다.
그리고 고의정은 두 번째 경기에서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고의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무릎은 이상 없다”면서 “(어려운) 이단 공격에서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리시브는 불안하다. 1경기 리시브 효율은 12.5%, 2경기는 10.5%에 그쳤다. 확실한 레프트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이 수치를 두 배 이상 올려야 한다. 고의정은 “리시브가 안될 때마다 오지영 최은지 등 언니들이 용기를 북돋워 준다”면서 “오늘도 리시브가 많이 부족했다. 공수에서 다 잘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