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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에 학력격차 더 커졌고…하위권은 아예 배제됐다

입력
2020.09.02 20:00
수정
2020.09.02 21: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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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 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TV로 EBS 강의를 듣고 있다. 배우한 기자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TV로 EBS 강의를 듣고 있다. 배우한 기자


“요약본까지 주면서 어떤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거의 알려주다시피 했는데 성적이 전체적으로는 올라가지 않았어요. 학원에서 학교시험 요령까지 익힌 상위권 아이들 성적은 올라가고, 중위권 아이들은 떨어졌습니다.”

서울 지역 한 중학교 4년 차 영어교사인 A(31)씨는 지난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을 알려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자신이 가르치는 이 학교 2학년(140명) 기말고사 성적 분포가 상위권과 하위권이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쌍봉형’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성적은 80점 이상 상위권 49명(35%), 40~80점인 중위권 42명(30%), 40점 이하 하위권 49명(35%)으로 분포됐다. A씨는 “1학년 때 이 학생들의 성적과 비교하면 중위권에서 6명 정도가 이탈한 것 같다”며 “예년보다 시험을 쉽게 출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위권 아이들의 성적 하락 문제는 통계보다 더 심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수업 전격 시행… 벌어지는 상하위권 격차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학기 시행된 비대면 수업은 교육현장을 크게 바꾸었다. 평가는 분분하지만 ‘교실 없는 수업’의 전격적인 시행은 상위권과 중위권 학생 간 성적 격차를 벌렸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조심스러운 분석이다. 상위권 학생들은 높은 집중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요구하는 원격수업에 빠르게 적응해 실력 향상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반면, 교실에서 교사와 친구들의 격려에 자극받아 학업성취도를 높여 온 중위권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성적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를 치른 고3생들의 주요 과목 성적 분포에서는 상위권과 하위권의 숫자가 늘어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3년치 6월 모의평가 성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는 수학 가형을 제외한 국ㆍ영ㆍ수 모든 과목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의 상위권 비율(국어 5.45→7.15%, 수학 나형 1.93→7.40%, 영어 4.19→8.73%)이 3년 전보다 높아졌다. 이와 동시에 40점 미만인 하위권 비율(국어 24.36→26.23%, 수학 나형 42.69→50.55%, 영어 22.88→23.34%)도 3년 전보다 커졌다. 입시전문가들은 비대면 수업이 이런 학력 양극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조심스레 추론하고 있다. 정현두 마포 하이스트 입시센터장은 “자기통제가 되는 상위 5% 안에 드는 내신 1등급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 이후 성적이 더 올라갔지만 3등급 이하 학생들이 크게 무너져 내렸다”며 “고3뿐 아니라 장기간의 비대면 수업을 받고 있는 고2 역시 내년에 대입을 준비하면서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비대면 수업이 사실상 전면 도입된 지난 학기 성적 분포에 대한 유의미한 통계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직관적으로 학력 격차가 심각해졌다고 느끼고 있었다. 지난 7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5만1,021명의 교사들에게 ‘원격교육 실시에 따른 교육격차’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들은 학습 격차가 ‘커졌다(46.3%)’ 혹은 ‘매우 커졌다(32.7%)’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의 교사가 학력 격차가 심화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1학기 교육 실태 설문조사’(교사 4,010명 대상)에서도 교사들은 원격수업 시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문제를 ‘학습 격차 심화(61.8%ㆍ복수응답)’를 꼽았다.

비대면 수업의 문제는 중위권 학생의 성적 추락과 하위권 학생에 대한 배제를 동시에 가져온다는 점이다. 서울 구로중의 한채민 교육혁신부장은 “중위권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파악한다”면서 “하지만 비대면 수업을 하면 중위권 학생들이 동료들과의 협업하고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경험이 차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등교수업을 할 때도 자리에만 앉아 있을 뿐 무기력했던 하위권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에선 아예 배제된다고 봤다. 한 부장은 “학교에 나오기라도 하면 그 애들에게 말이라도 걸어줄 텐데 온라인 수업 상황에선 그것조차 가능하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반면 많은 상위권 학생들에게 비대면 수업은 학교에서의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여 주고, 사교육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벌충할 수 있게 해 주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었다. 중학교 내신 최상위권 학생들이 진학하는 경기도 비평준화 고교인 D고 A(46) 진학부장은 “온라인 수업 전면화로 등ㆍ하교 등에 쓰이던 시간이 줄어들면서 예전에 오후 6, 7시쯤 학원에 가던 아이들은 5시부터 학원으로 향한다”면서 “자기주도적 공부가 가능한 상위권 학생들에게 비대면 수업은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학업에 관심이 없는 학급 당 5,6명 정도의 아이들에게는 비대면 수업이 교사의 감시를 피해 다른 짓을 할 수 있는 또다른 의미로서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로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사교육의 영향력이 좀 더 커지면서 가계 불평등이 학력 격차를 증폭시킬 것 같다는 예측도 나온다. 고1 아들을 둔 기초생활수급자 김서현(가명ㆍ50)씨는 “고등학교 입학 전 바짝 노력해 아들이 4월 전국모의고사 6과목 중 통합과학을 빼고 모두 90점대를 받았지만 비대면 수업이 계속되면서 7월 기말고사에선 평균 60점대로 떨어졌다”며 “비대면 학교수업으로만 학습량을 따라가기가 벅차 괜찮은 사설 인강을 듣고싶다는 아들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비대면 교육 장기화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뉴스1

비대면 교육 장기화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사회성 교육 제대로 못받은 ‘코로나 세대’ 출현 우려도

학력격차의 심화도 우려되지만 비대면 수업 확대로 학교에서만 가능한 사회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게됐다는 점도 지적된다. 특히 공교육 과정의 첫발을 내딛는 초등학생들에게 예절 교육, 사회성 교육, 공동체 교육 등은 생애사적 과업이지만 이를 비대면 교육으로 시행하기란 불가능하다. 인천 장수초 교사 김승래(42)씨는 “학교로 나오는 아이들은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둠활동 등을 통해 사회성을 기른다”면서 “그러나 대면수업이 계속 연기될 경우 이런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전경원 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친구 관계를 맺고 급식을 먹는 일 등이 모두 사회성 교육”이라며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중ㆍ고등학교에서 진학한 뒤 뿐만 아니라 성장했을 때 대인 관계에 문제를 겪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대면 교육이 장기화돼 진학은 했지만 등교도 하지 못하고, 친구들의 교제도 없고, 교사와 관계도 맺지 못하는 등 인간 관계가 단절된 ‘코로나 세대’가 형성될 경우 후일 이들의 치유를 위해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 소장은 우려했다.

한편 초등학교 저학년 때 길러줘야 하는 기초학력과 이 시기에 형성되는 학습 태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비대면 교육의 장기화는 초등학생 아이를 전적으로 돌봐 줄 수 있는 보호자 유무에 따라 후일의 학습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돌봄 여유가 있는 가정과 조손가정,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교육 취약계층 가정’의 자녀들 간 격차가 이때부터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초등학교 5학년인 외손녀와 4학년인 외손자와 함께 방 두 칸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최수천(55ㆍ서울 강동구)씨는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식자재마트에서 배달일을 하는 동안 외손주들을 돌봐 줄 수 없어 최근 아이들 방을 비추는 카메라를 설치했다. 그는 “올해는 손주들이 학교에 나가지 않으니 제대로 공부를 하고 있는지 걱정”이라며 “학교에 나가지 않는 손자가 스마트폰 게임에만 빠져버려 얼마전 폴더폰으로 바꿔버렸다”고 답답해했다.

반면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김명선(위탁모ㆍ가명ㆍ56ㆍ학습지 교사)씨는 오전 9시부터 1시간 동안 방송되는 EBS의 초등학교 1학년 교육방송부터 오후 2시까지 계속되는 아이의 원격 학교 수업, 점심 식사와 이후 태권도와 미술학원 등원까지 빈틈없이 아이를 챙긴다. 김씨는 “남편은 물론, 함께 사는 20대 아들, 딸까지 어른 네 명이 돌아가면서 막내를 챙긴다”며 “딸의 수준이 또래에 뒤처지지 않도록 기본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산층이라는 경제적 배경과 어린 자녀를 충분히 돌봐 줄 수 있는 여유가 자녀의 학습 태도 형성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비대면 수업 장기화에 따른 저소득ㆍ교육 취약계층 자녀들에 대한 돌봄 공백, 학습 공백, 학습 격차가 문제로 떠오르는 이상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당국의 보완대책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팀장은 “온라인 학습프로그램에 대한 어린이들의 접근성 격차가 결국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비대면 수업이 전면화하더라도 학교에선 취약계층 자녀들에 대해 따로 보완 학습을 해 주는 등 개별적인 접근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홀로 돌봄 교실로 향하고 있는 한 초등학생 .배우한 기자

홀로 돌봄 교실로 향하고 있는 한 초등학생 .배우한 기자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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