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31일 미국을 대표하는 노래 인기 순위 집계 차트 빌보드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2년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2위를 한 적은 있지만 한국 가수가 정상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세계 대중음악의 지표로 불리는 60여년 핫 100 역사를 되짚어봐도 보이그룹이 1위를 한 것은 지금까지 뉴키즈온더블록 등 세 그룹밖에 없었다고 한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을 잇는 또 하나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BTS의 세계적인 인기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적극적인 SNS 소통으로 '아미(army)'라고 불리는 전 세계 팬층을 구축한 이 7인조 그룹은 이미 2년 전 앨범 판매량을 따지는 '빌보드 200'에서 1위를 기록한 뒤 지금까지 네 차례나 그 차트 정상에 올랐다. 창작 단계에서부터 국경 없이 젊은이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클럽뮤직을 추구했고 노래와 춤 실력도 발군이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팬덤 마케팅의 효과도 컸다.
일본, 중국 등에서 드라마로 선풍을 일으켰던 한류는 한때 주춤하다 최근 영화와 대중음악을 앞세워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아시아권 중심이던 지평은 이번에는 세계 대중문화의 주류라고 할 미국과 유럽으로 넓어졌다.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인기는 특정 가수, 배우나 기획사의 자랑일 뿐 아니라 국격까지 높이는 일이다.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 13명 중 1명이 BTS의 영향을 받았다는 조사까지 있는 것을 보면 경제 효과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 착안해 정부가 '신한류'라는 새 이름을 내걸고 육성 계획을 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요나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만이 아니라 한국문화 전반에서 한류 콘텐츠를 발굴해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 이미 뷰티나 의료 분야에서 한국을 주목하는 흐름도 생겨나고 있다. 다만 과거 정권에서처럼 민간 역량을 북돋우기보다 정부 주도 홍보에만 급급해 혈세만 낭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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