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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통금'에 적막 강산된 홍대거리...종로 점포 20%는 임시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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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통금'에 적막 강산된 홍대거리...종로 점포 20%는 임시휴업

입력
2020.09.01 11:53
수정
2020.09.01 20:1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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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영업제한조치 등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번화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김정현 기자

음식점 영업제한조치 등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번화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김정현 기자


“오후 4시에 오픈해서 9시에 문 닫으면 장사가 되겠냐고요. 오늘 딱 두 팀 받았어요.”

31일 오후 9시 서울 마포구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 위치한 한 초벌구이집. 올해로 19년이 된 가게는 외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 올해초까지만 해도 오픈과 동시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던 곳이다. 그러나 지난 3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 이후 매출은 반토막 났고, 이달 중순 2차 재확산이 시작되자 폐업을 고민하는 상황까지 왔다. 이날도 20여개 좌석은 텅텅 비어있었다. 사장 김모씨는 “우리 같은 2차 손님을 받는 가게는 오후 9시부터 장사를 시작하는데 이건 아예 장사를 하지 말란 얘기”라고 말했다.


음식점 영업제한조치 등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번화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김정현 기자

음식점 영업제한조치 등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31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번화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김정현 기자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 일반음식점 등의 영업이 금지되는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첫 평일 저녁. 홍대ㆍ종로 등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는 쥐 죽은 듯 썰렁했다. 유명 연예인의 고깃집이 위치한 홍대의 한 골목엔 50m거리에 있는 20여개 상점이 오후 9시가 되자 모두 문을 닫았다. 종로의 길거리를 채우던 수많은 노점상도 모두 사라졌다. 사람들의 발길이 없어진 거리엔 이따금씩 배달 오토바이와 고양이들이 배회할 뿐이었다.

“나가달라고 할 손님이 있으면 그것도 행복한 일이죠.” 영업금지시간이 30분이나 남은 시각에 와인바 테이블을 정리하던 매니저 한모씨가 말했다. 지하철 2호선 합정역 인근에 위치한 해당 와인바는 50평 규모에 월세 1,300만원을 내는 대형음식점에 속한다. 한씨는 “월요일에 회식하는 회사들이 꽤 많아서 어제보다 기대를 해봤는데 아무도 안 오셨다”며 “월세는 둘째치고 인건비 채우기도 벅찬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홍대 인근 일부 가게들은 이미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김정현 기자

홍대 인근 일부 가게들은 이미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김정현 기자

다른 가게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9시 정각이 되자 몇 안되는 손님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퇴장한 손님들이 밖에 나와도 멀찍한 간격으로 세워진 가로수 보다 수가 적었다. 가게 10곳 중 2~3곳은 이미 임시 휴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인근 옷가게들도 음식점 폐장 시간에 맞춰 덩달아 문을 닫았다. 옷가게 직원 성모씨는 “음식점이 장사를 못하니까 우리도 영향을 받는다”며 “아무리 세일을 해도 그걸 봐줄 사람이 없다”고 푸념했다.

오후 9시가 지나자 일부 시민들은 편의점에서 술을 사들고 인근 공원에 모였다. ‘2m 거리를 유지해달라’는 현수막이 설치된 바로 아래 벤치에서 밀착한 상태로 마스크를 벗고 술을 마셨다. 영업금지 조치가 익숙한듯 돗자리까지 가져와 술을 마셔 경찰이 출동하는 소란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음식점 영업제한조치 등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31일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인근 번화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김정현 기자

음식점 영업제한조치 등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된 31일 서울 종로구 젊음의 거리 인근 번화가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김정현 기자

일부 가게는 배달 영업으로라도 돌파구를 마련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위치한 한 콩나물불고기 가게는 최근 개점 15년 만에 처음으로 배달 영업을 시작했다. 점주는 “대기줄이 맨날 있었는데, 배달을 할 생각을 그동안 했겠냐”며 “먹고 살려고 어쩔 도리가 없이 배달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출이 80%까지 급감하자 내놓은 자구책이지만 홀 장사와 비교하면 배달 주문은 턱없이 적다고 했다.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150m에 달하는 종로 젊음의 거리도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거리를 채우던 노점상도 모두 사라졌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장사를 했다는 노점상 주인 김모씨는 “오늘 상황을 보려나왔는데 고생만 하고 아무것도 못 팔았다”며 "내일부터는 안 나오기로 했다”며 집기류 등을 정리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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