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사고 원인과 함께 미군 장갑차?
안전규정 준수 여부도 살필 것"
한밤중에 2차선 폭의 다리 위를 달리던 SUV 차량(맥스크루즈)이 앞서가던 미군 장갑차를 들이받아 SUV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참변이 일어났다. 사고 원인으로 운전자의 전방주시 태만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일반 국도를 달리던 장갑차에 후미등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안전운행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미군 장갑차의 안전규정 이행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31일 경기 포천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밤 9시 30분쯤 포천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사격장) 인근 영로대교에서 SUV가 미군 장갑차의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SUV 차량에 타고 있던 50대 4명(남성 2명, 여성 2명)이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숨진 이들은 포천에 거주하는 부부들로 이날 함께 모임을 마치고 귀가 중에 변을 당했다. 장갑차에 타고 있던 미군 1명도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 관계자는 “장갑차에 반사판은 있었지만 후미등이 없어 SUV 차량 운전자가 장갑차의 존재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SUV 차량 운전자의 음주운전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부검 결과는 일주일 뒤 쯤 나올 예정이다.
경찰과 군은 미군 장갑차가 안전운행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데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고 장갑차는 사고 당시 다른 장갑차 한 대와 줄을 지어 기동 중이었다. 이 경우 통상 장갑차량 대열 앞뒤로 호위 차량을 한 대씩 운행하며 안전을 살피지만 이날 밤에는 군용 지프 차가 없었다. 군 관계자는 “(노출을 피하기 위해) 후미등이 없는 군용 장비 특성상 민간 차량과의 추돌, 접촉 사고 등을 막기 위해 차량 앞뒤로 컨보이(호위) 한다”고 말했다.
구조당국과 사고 현장 사진, 영상에 따르면 당시 추돌 충격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충돌로 SUV 차량의 엔진 부분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고, 장갑차도 오른쪽 무한궤도와 바퀴가 하나 떨어져 나갔다. 사고 충격으로 다리 난간도 심하게 훼손됐다. 길이 700m인 영로대교에는 사고 당시 LED 가로등이 하나 건너 하나씩 점등돼 있었다.
사고가 난 지점은 영평사격장 인근으로, 철원 미군 다연장포(MLRS) 사격장과 연결된다. 평소에도 주야에 군 궤도 차량의 이동이 잦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예견됐던 사고라는 입장이다. 장갑차 전용차선 등 제대로 된 안전시설이 없는 도로에서 평소에도 군 궤도 차량이 빈번하게 다녀 사고 위험이 높았다는 것이다.
최명숙 포천시사격장대책위 위원장은 “미군 장갑차의 경우 차체가 커서 한 차선을 거의 다 차지하면서 주행해 뒤따르는 운전자의 전방 시야를 가린다”며 “더구나 야간에 후미등을 켜지 않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 사고 위험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장갑차 전용도로나 인도 등 안전시설도 없어 늘 불안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이번 사고와 관련 애도를 표시했다. 국방부는 "포천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과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국방부는 사고 조사와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주한미군을 비롯한 관련 기관과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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