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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환자ㆍ정치색ㆍ의사파업… '3단계' 효과 떨어뜨릴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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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환자ㆍ정치색ㆍ의사파업… '3단계' 효과 떨어뜨릴 '3가지'

입력
2020.08.28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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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집회 확진자 40%가 노인...의료시스템 악영향
②방역에 정치색 덧씌워 신뢰 무너트리는 시도
③선별진료 시스템마저 흔드는 의사파업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고 있는 27일 광주 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광주=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하고 있는 27일 광주 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광주=연합뉴스

27일 발표된 전날 신규 확진자가 441명에 이르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는 의료시스템이 휘청거렸던 지난 3월초로 돌아갔다. 확산세는 그때와 유사하지만, 오히려 위기를 잠재우기는 당시보다 쉽지 않아보인다. 집중방역과 시민 협조가 뒷받침되고 젊은 환자 비율이 높았던 3월의 사정이 지금보다 나쁘다고 할 수 없어서다. 전문가들은 당장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지만, 이런 이유로 3단계 격상의 최대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높다.


①집회 관련 확진자 40%가 노인

국내 신종 코로나 재확산의 진앙지 중 한 곳인 8ㆍ15 서울 도심 집회 집단감염의 확진자 중 약 40%가 60세 이상이라는 점이 먼저 이러한 우려를 키운다. 전체 누적확진자 중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비율인 25%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며, 대구 신천지발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 중 고령자 비율(약 14%)의 세 배에 이른다.

고령층은 신종 코로나 감염시 중증 내지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이 젊은 사람보다 훨씬 크다. 중앙방역대책본부 통계를 보면 국내 신종 코로나 사망률은 50대까지는 0%대이지만 그 이후부터는 60대 1.5%, 70대 7.1%, 80세 이상 21.4%로 급격히 높아진다. 위ㆍ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고령층일수록 높다. 27일 기준 중증 환자 24명 가운데 83.3%가, 위중 환자 22명 중 77.3%가 60대 이상이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나이가 많을수록 중증 발전 비율이 높아 확진자 중 젊은 사람이 많았던 신천지 집단감염 사례보다 피해가 클 수 있어 긴장해야 한다”라며 경각심을 드러냈다.

고령확진자 증가로 위ㆍ중증 환자가 급증하면 중환자실과 의료진 수요가 따라서 늘어난다. 이는 신종 코로나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안정적 병상 수급에 큰 부담을 준다. 3단계 거리두기로 기대할 방역 성공, 나아가 의료시스템 보전의 목표에 다가가기 힘들게 하는 장애요소가 아닐 수 없다.


②방역에 정치색 덧씌우는 움직임

그간 국내 방역 성과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시민의 협조였다. 그리고 이런 협조는 방역당국을 향한 신뢰에 기반했다. 그러나 뚜렷한 근거도 없이 방역에 정치색을 입히려는 시도가 극우 진영을 중심으로 최근 발호한다. 일부 극우 인사들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이후에도 자신들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 ‘방역은 정치 탄압’이라는 식의 일방적 주장을 편다. 소수라지만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지면 조직적 저항으로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의사파업 이슈까지 보건 전반에 대한 가짜뉴스가 최근 급증한 것도 비슷한 흐름이다. 박능후 장관이 이날 “여러가지 다른 목적에서 생산되는 가짜뉴스와 허위정보가 방역당국의 차단과 억제조치를 무뎌지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한 배경이다. 3단계 격상으로 밀집모임에 대한 금지 수위가 높아지더라도 정치색으로 방역을 가로막는 이들이 많다면 효과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③의사집단 휴진, 방역망 느슨하게 해

전공의 절반 이상과 일부 개원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집단 휴진 역시 방역에 불리한 여건이다. 의사들이 당장 신종 코로나 대응에 손을 놓는 것은 아니며 필수 인력은 유지한다지만 서울성모 등 일부 대학병원에서 선별 진료소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사례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례로 8호 태풍 '바비'가 북상한 26일에는 곳곳에서 검진 장소를 찾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강풍 탓에 선별진료소를 야외에 설치하기 힘들었을 수 있지만, 의료진의 부족도 사실상의 의료공백에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이틀째인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문의가 팻말을 든 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 집단휴진 이틀째인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한 전문의가 팻말을 든 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집단 휴진의 주축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대한민국 1만6,000여 전공의 후배’ 명의의 서신을 내고 선배 의사들에게 집단 휴진 동참을 촉구했다. 휴진 규모를 더 키워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앞다퉈 대구로 달려가 방역과 확진자 치료를 위해 헌신했던 3월의 의사들과 다른 모습이다.

이에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금까지 휴진 전공의 358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서를 발부 했다며 “어제 방문한 (전공의) 수련병원을 재방문해서 휴진한 전공의 등이 복귀했는지 여부를 점검하고 이들이 만약 돌아오지 않았을 경우 고발 조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ㆍ정 간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은 방역의 최고수위인 '3단계'마저 힘을 빠지게 할 것이 분명하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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