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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총파업’ 첫날…정부-의료계 강공만 고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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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총파업’ 첫날…정부-의료계 강공만 고집했다

입력
2020.08.26 19:20
수정
2020.08.26 19:25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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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업무개시명령 '최후의 카드'
의료계, '무기한 파업'으로 맞대응?
전국 원급 의료기관 10.8% 파업

2차 전국의사총파업 첫날인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파업에 참여한 의료진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0.8.26/뉴스1

2차 전국의사총파업 첫날인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파업에 참여한 의료진들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2020.8.26/뉴스1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제2차 총파업을 강행한 26일, 정부와 의협은 종일 강 대 강으로 맞서며 팽팽한 기싸움을 이어갔다. 정부는 의사들을 향해 업무개시명령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고, 의료계도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섰다. 방역당국이 전날 “(지금은) 전국 확산의 폭풍 전야”라고 경고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지만, 양측 모두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정부는 이날 오전 8시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ㆍ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의료법은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휴업 등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때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에 업무개시 명령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59조 2항). 정부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건 처음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이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무개시명령 등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며 21일부터 파업을 진행 중인 전공의ㆍ전임의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아 진료 공백이 발생하면 강경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 1년 이하의 면허정지나 면허취소 조치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대화에 머물지 않고, 가능한 가장 강력한 대응조치를 꺼내들자 의료계도 이에 상응하는 수위로 반발했다. 의협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직후 대국민 담화문에서 “파업이 정부의 불통에 항의하기 위한 ‘사실상 가능한 유일한 수단’이기에 부득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며 집단 휴진을 강행했다.

엿새째 집단휴진 중인 전공의들 사이에선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업에서 한발 물러나 업무개시명령을 피하겠다는 공산이다. 정부는 이 같은 단체행동에 효력이 없다며 즉각 반박했다.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집단적인 파업의 일환으로 제시한 사직서는 여전히 의료법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서울 2차 총파업 온라인 생중계 방송을 통해 정부가 무리한 행정처분을 하면 무기한 총파업으로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감옥은 내가 갈 테니 후배 의사들은 소신을 굽히지 말고 끝까지 투쟁해달라”고 호소하며 집단행동을 촉구했다.

의료계가 무기한 총파업까지 거론하자 정부도 곧바로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날 오후 2시쯤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에서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의협이 집단행동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를 위반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가 공정위에 신고한지 6시간만에 이뤄진 조치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사업자단체는 구성사업자의 사업내용이나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5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검찰 고발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법적 조치를 취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4년 원격의료 반대 파업 당시 공정위는 의협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고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00년 의약분업 파업 때에도 의협은 의사들에게 휴업하도록 한 것이 부당 제한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당시 공정거래법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은 의사도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정부가 앞서 '의료계와 협의해 실제 명령이 발동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고 거듭 언급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도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비상의료계획을 실효성 있게 작동해 의료 공백이 없도록 하라”면서 “의료계와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도 병행하라”고 주문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무단으로 현장을 떠난 전공의 등에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제재조치를 신속히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26일 기준 전국 17개 시ㆍ도 의원급 의료기관 3만2,787곳 중 3,549 곳이 휴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파업 참여율은 10.8 %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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