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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능수능란한 국정원...검찰보다 손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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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병기 “능수능란한 국정원...검찰보다 손보기 어렵다”

입력
2020.08.26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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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정원 출신 김병기 민주당 의원?
"김정은 ‘위임 통치’는 자신감의 발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보기관 개혁도 하루 아침에 되진 않았다"며 "여야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21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고 중단없이 뚜벅뚜벅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근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보기관 개혁도 하루 아침에 되진 않았다"며 "여야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21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고 중단없이 뚜벅뚜벅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대근 기자

“진정한 국가정보원 개혁은 이제까지 실행된 적이 없다고 감히 말씀을 드리고 싶다. 우리는 계획만 세우고도 개혁을 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상대는 30년간 모든 개혁 요구와 압박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한 국정원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ㆍ동작갑)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는 이달 4일 민주당 당론 법안인 국정원 개혁법(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의 주요 과업인 국정원 개혁의 종합 구상을 논의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법안엔 큰 폭의 변화가 담겼다. 국정원의 이름부터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뀐다. 대공수사권은 경찰로 이관한다. 내외부의 통제도 키웠다.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김 의원은 “법 조금 고치고 인사 몇 번 하면 개혁이 완성된다는 건 대단한 착각”이라는 말을 연신 곱씹었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그는 국정원 출신이다. 26년 재직하는 동안 대부분 인사를 맡았고, 인사처장을 지내 국정원 업무, 예산, 조직, 감찰에 밝다.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원 개혁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다. 2016년 민주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으로 민주당에 입당, 20 · 21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김 의원은 노트북 컴퓨터에 저장한 A4용지 400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찬찬히 훑어보며 답변했다. 그간 정리한 국정원 개혁 과제의 양이 그 만큼 방대하다는 뜻이다. 김 의원은 제대로 된 자체 개혁안이나 개정법안을 제출하지 않는 국정원의 태도를 꼬집었다. “궁극적으로는 청와대에 정보감독위원회를 신설함으로써 관리ㆍ감독 하는 체제”의 도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근 관심이 집중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임 통치’를 두고 김 의원은 “모든 것을 건강 이상설과 연결하는 건 대단한 오해”라며 “오히려 내부 통제가 확실히 되고 있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집권 9년 차에 접어들면서 만기친람(萬機親覽)이 아니라 자신만의 통치를 보여주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에는 “김 위원장은 너무 젊고 북한 의료진의 수준도 결코 낮지 않다. 체격이 크다고 다 아픈 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다음은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일문일답.

박지원(왼쪽)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왼쪽)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 개혁 일단락? “이제 시작”

-국정원 개혁안 마련의 주요 원칙과 가치는.

“국정원이 국가의 안위, 국민의 복리만 생각하는 기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추진했다. 국정원 개혁은 짧게 잡아도 1987년 이후 30년간 거론됐지만,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법안 발의가 첫 걸음이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지적 받을 수 있다는 각오는 했다. 논란이 많아도 한 발은 떼야 한다는 비장함 속에 준비했다.”

-그간 실패는 왜 거듭됐나.

“국정원은 소극적이었고, 정치권은 다소 쉽게 생각했다. ‘개혁 저항세력’들은 시간이 자기 편인 것을 잘 안다. 인사 몇 번 하면서 개혁이 되는 듯 착각을 일으키고, 북한 문제에 적극 대응하며 ‘이젠 잘하고 있다’는 오해를 만든다. 성과가 급한 정무직을 향해 ‘지금 시간도 없고, 진짜 일을 할 시간’이라 속삭인다. 거기 다 말려든다.

정치권도 국정원을 너무 얕본다. 국정원은 30년간 외부의 요구ㆍ압박을 능수능란하게 요리했다. 그런데도 검찰 개혁에 비해 쉽게 생각한다. 검찰은 적어도 민주주의 자체를 거의 황폐화하거나 유린시킨 적은 없다. 국정원은 다르다. 각종 선거에 개입하고, 연속해서 민주주의를 황폐화시킨 기관이다.”

-국정원이 스스로 적극성을 가질 동인(動因)이 있나.

“모두가 탈(脫)정치, 탈(脫)권력을 말한다. 그건 개혁 목표가 아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원래 위법이다. 개혁은 근본 역량 강화다. 국가의 요구에 부응하는 일이다. 국정원은 역량 강화를 통해 사랑ㆍ신뢰를 받는 기관이 되는 걸 목표로 삼고, 국회는 민주적 점검ㆍ통제ㆍ감시ㆍ감독으로 국정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목표로 삼아 함께 고심해야 한다.”

-그간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에 관심이 집중됐다.

“‘국정원이 잘하는 데 왜 없애냐’거나 ‘경찰은 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경찰 출신 의원조차 한다. 대공수사 기능 폐지가 아니라 이관이다. 국정원 수집 해외 정보와 경찰 수사 연계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는데, 경찰로 가도 시행착오 정도다. 아니라면 수사를 분리한 모든 세계의 정보기관이 어떻게 운영이 되겠나.

비밀정보기관이 수사까지 하면 제일 문제가 되는 게 ‘인권’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해외에서 무법성을 인정받는데, 그걸 국내에서 하면 모순이 생긴다. ‘서울시 간첩사건’처럼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한다. 비밀기관이라 언론, 법, 국회의 견제도 어렵다. 과거 나치 국가비밀경찰(게슈타포) 문제를 겪었던 독일도 연방정보국(BND)에 수사권을 두지 않는다. BND는 ‘뼈아픈 인권 유린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한다.

시대도 변했다. 남북한 체제 경쟁 시대가 아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고집은 석유 시대에 석탄을 고집하는 것과 같다. 방첩, 대테러, 사이버, 신(新) 안보 등에 인력을 더 배치하고 빨리 체질을 변화시켜야 한다.”

-국내정보관(I.O.)은 이미 2017년 폐지했는데, 성과는 어떤가.

“바람직한 조치였다. 다만 컨센서스가 더 필요하다. 국내에서 정말 필요한데 못하게 된 업무는 없는지, 국정원이 아니라면 어느 기관이 할 것인지 명확히 해줘야 한다. ‘국내 정보를 해선 안 된다’고 할 땐 불법 사찰과 선거 개입 등을 말하는 거다. 원래도 징계사유, 사법처리 대상이다.

무조건 ‘국정원이 국내 정보를 안 한다’고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가 때 노숙인이 넘쳐났다. 당시 국정원 직원 몇이 노숙인이 돼보겠다고 건의해 한 달 넘게 거리에서 생활한 생생한 보고서를 냈고, 당시 청와대가 크게 만족하며 대책 마련에 참고했다. 국정원법상 직무 범위엔 포함되지 않았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보다 개혁에 적극적이었다면, 우리도 해외 선진 정보기관처럼 팬데믹 상황에 대한 정보수집에 적극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오대근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국정원이 보다 개혁에 적극적이었다면, 우리도 해외 선진 정보기관처럼 팬데믹 상황에 대한 정보수집에 적극 나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오대근 기자


“선진 정보기관은 전염병에도 대비”

-개정안엔 신 안보 분야 중 국회 정보위 허가를 받은 직무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기후 위기, 먹거리 문제, 경제 안보 침해 등의 정보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한번도 진지하게 정보적 관점에서 고민한 적이 없다. 미국에선 2000년, 영국에선 2010년부터 팬데믹 예방이 1순위 정보수집 목표다. 우리는 전혀 손 쓸 기회도 없이 현저히 이런 역량이 저하되고 있었던 거다. 국정원이 스스로 대응했다면 생기지 않았을 문제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 때 국정원에 국내 불화수소 보유량을 물으면 ‘국내 정보를 하지 않아 모른다’는 허무한 대답이 돌아왔다. 국가가 위기에 놓일 수 있는 사태에서 최일선 정보기관이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하거나, 핑계를 댈 수 이는 거다. 미리 예상하기 어려운 중요한 업무를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의 허가를 거쳐 제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역대 세계 선진 정보기관은 다 거친 고민이다.”

-구현 과정에서 논란도 있겠다.

“국정원 신뢰가 ‘빵점’이라는 게 문제다. 국정원 밖에선 ‘딴짓 할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국정원 안에선 ‘정보위에 보고를 하면 보안 유지가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신 안보 분야도 직무를 광범위하게 주면 통제가 안되니 정보위 승인은 필수다. 세계 어느 정보기관도 마찬가지다. 독일에선 극좌ㆍ극우 정치집단에 대한 정보도 수집하는데, 모든 것을 국회에 보고한다. 호주에선 심지어 정보기관 조사 결과를 인터넷에 전부 공개한다.

국회와 국정원의 상호 신뢰도 끌어올려야 한다. 국회법상 보안을 누설해도 국회의원을 사퇴를 시킬 순 없는데, 여야 합의로 중대한 보안누설에 대한 제재 방안 등을 보강할 수 있다. 1970년대 초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개혁은 각 기관과 상원의 철저한 신뢰 속에 성공했다. 기관은 모든 것을 보고하고, 의회는 철저히 보안을 지켰다. 우린 뭐만 하면 국정원이 ‘그건 정보위에서 보안을 안 지켜서 못 준다’고 한다. 주객이 전도됐다.”

-개혁의 또 다른 방점은 감시 강화다.

“국정원 외부에서는 국회가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내부에서는 정보감찰관이 통제하며 역량을 항상 진단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궁극적으로는 청와대에 정보감독위원회를 신설함으로써 관리ㆍ감독 하는 체제가 최종 목표가 될 수 있다.”

-정보감찰관은 누가 맡나.

“근본적으론 조직에서 일 하던 국정원 출신일 수 밖엔 없지만, 퇴직한지 일정기간이 지난 경우 등 기준이 마련될 수 있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중앙정보부 시절, 국가 안전기획부 시절에서부터 지금까지 법은 생각보다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오대근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중앙정보부 시절, 국가 안전기획부 시절에서부터 지금까지 법은 생각보다 많이 바뀌지 않았다"고 했다. 오대근 기자


“언제든 중앙정보부로 회귀도 가능”

-정치개입 공소시효 특례도 추가했는데.

“정치 개입을 정말로 하지 말라는 거다. 이를테면 누가 100만원을 훔쳤을 때, 매 한대가 아니라 무기징역ㆍ사형이 된다고 해야 안 하지 않겠냐는 의미다. 서울시 간첩사건만 해도 얼마나 큰 사건인가. 정보기관 수사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공문서 위조까지 했는데 반성이 없다. 법이 엄격해서 그랬다는 이상한 주장을 내놓는다.

댓글 공작 사건까지 나왔는데 대북 심리전을 위한 정상적 활동이라고 강변하고, 개혁 방안이라고 대북 심리전 강화 구상을 내놓는다. 북한만 때려 잡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빗나간 주관적 애국심이 국정원을 지금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중앙정보부(중정) 시절부터 온갖 불법, 고문이 다 있었지만, 그 사이 법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이걸 바꾸지 않으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수준이 아니라 중정으로도 언제든지 돌아가는 게 어렵지 않다.”

-국정원 내부에서 개혁에 관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 토로했는데.

“문재인 정권에서조차 국정원이 개혁에 소극적으로 일관했다는 것은 아쉽다. 개혁 대상 부처인데 기관이 스스로 법안을 어떻게 하겠다는 개정안도 내지 않는다. 그저 의견서만 낸다. 국회를 경시하는 거다. 이번엔 어떤 식이든 공식 의견을 내야 여야 논의가 이뤄진다. 확정된 것은 없다. 100년 미래를 위해서 진지하게 토론하고 청사진을 같이 그려야 한다.”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이 적극적인데.

“개혁의 성공 요소는 의지와 능력이다. 박 원장은 의지가 있는 분이다. 6년 이상 정보위에서 활동하셨고, 디테일은 강력한 의지를 표하면 실무자들이 만들어 낼 것이다. 국회도 함께 할 것이다. 큰 걸음의 조건은 형성됐다.”

박지원(오른쪽) 국가정보원장이 25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서류를 검토하고 이다. 연합뉴스

박지원(오른쪽) 국가정보원장이 25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서류를 검토하고 이다. 연합뉴스


"김정은 위임 통치는 자신감의 발로"

-국정원이 최근 정보위에 김정은 위원장이 ‘위임 통치’를 한다고 해 발칵 뒤집혔는데.

“실무자가 강한 정무적 판단 없이 위임이라는 북한식 용어를 쓴 거다. 모든 것을 ‘김정은의 건강’과 연결하는 건 오해다. ‘몸이 나쁘니까 위임 통치 하는 것 아니야? 도저히 국정을 수행할 수 없으니까 위임하는 것 아냐? 후계자 만드는 것 아니야?’ 하는데 전혀 아니다. ‘각 분야 국정을 총괄시킨다’고 이해하는 게 맞다. 여전히 김 위원장이 직접 관할을 하고 있다. 말 한마디로 전단 살포가 보류되지 않나. 오히려 내부 통제가 확실히 되고 있다.”

-체제 안정의 징후란 얘긴가.

“김 위원장의 자신감의 발로일 뿐이다. 이전에는 대남 관할 10개 기관의 모든 보고를 김 위원장이 직접 받았는데,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총괄하면 보고를 1번만 받고 종합 판단할 수 있지 않나. 또 상무위원 5인과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모양새다. 북한을 보통 '괴뢰집단'으로 이해하지만, 70년간 일종의 국가 경영, 통치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 집권 9년 차에 접어들면서 만기친람(萬機親覽)이 아니라 오히려 통치가 정상화되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경제 상황을 두고 김 위원장이 자아비판을 했다.

“ 자기만의 통치를 보여주기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할아버지, 아버지 때엔 경제실패에 대한 자아비판은 있을 수가 없었다. 지난해에는 경제 성장률 +0.4%가 됐지만 올해는 수해, 코로나19 등으로 마이너스가 됐을뿐더러, 식량 작황도 떨어졌다고 한다. 중국에서 식량 100만톤씩을 지원받는데도 그만큼 항상 어렵다. 이걸 두고 ‘난 신이 아닌데, 잘못한 건 잘못한 거지. 실무자들도 반성하고, 나부터 반성하겠다’ 한다는 건 굉장히 권력이 강한 사람이니 할 수 있는 거다. 북한에서 가장 국제화된 사람 중 하나가 김정은이다.”

-‘후계구도 강화’라는 해석은.

“후계 구도는 이야기하면 할수록 오히려 김여정에게 불편한 얘기다. 공식 지명되기 전에는 이른바 후계자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의미도 없다. 김 위원장이 사망하기 전에는 후계자와 관련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김여정이 2인자 위세를 갖고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국정원 평가다. 여성이라 안 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공산주의 사회에서 성평등은 기본이다. "

-북한의 대미 협상 라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복원됐나.

“김여정이 7월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미 독립기념일 DVD를 꼭 보고 싶다고 했다. 미국으로 초청해 달라는 얘기다. 북한은 대미 강온전략을 펴고 있다.미국에 대해 정도가 넘는 비난을 하지 않는 건 틀림 없다. ‘앞문은 강하게 닫혔지만 뒷문은 열어 놓은 형국’이라는 게 적절한 표현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최근 북한에서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등 2인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국정원의 평가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김여정의 모습. 연합뉴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최근 북한에서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등 2인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국정원의 평가다. 사진은 지난해 3월 2일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 베트남 방문 당시 호찌민 묘 참배를 수행한 김여정의 모습. 연합뉴스


"체격 크다고 다 아픈 건 아니다"

-‘김정은 건강이상설’이 그래도 끊이지 않는다.

“건강을 논하기엔 김 위원장 나이가 너무 젊다. 체격이 크다고 다 건강하지 않은 건 아니다. 최고지도자의 건강 체크는 일반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엄격한데 북한처럼 통제된 전체주의 국가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철저하게 하겠나. 특권층 전용 봉화진료소 등 김일성 가계의 건강을 전담하는 의료진의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 아주 돌발사태라면 모를까 병을 말할 상태가 아니다. 자꾸 ‘카더라 통신’이나 상상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그건 정보가 아니다. 그냥 점치는 거다."

-통일부의 남북 물물교환 사업 철회 논란의 배경은.

“24일 정보위에서 서호 통일부 차관에 ‘개성고려인삼무역이 노동당 39호실 산하 외화벌이 업체인걸 아느냐’했더니 ‘잘 모른다,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래서 ‘국정원에서는 산하 기구로 판단된다고 하는데 지금 뭘 하는 거냐’라는 말이 나온 거다. 통일부에서는 ‘확신할 수 없어서 다시 확인해보겠다’고 했다. ‘지금 국정원이 확인을 했는데 무슨 확인을 하냐, 국정원과 통일부 간에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 결국 39호 소속 개성고려인삼무역에 대한 물물교환은 철회 되는 거냐’ 했더니 서 차관이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39호실 산하 회사라면 그 사업은 그냥 끝난 것이다. 유엔 제재 대상이니까.”

-통일부ㆍ국정원 소통의 구조적 문제나 예견된 사태는 아닌가.

“좀 아쉽다. 오죽하면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퇴임사에서도 그런 뉘앙스를 내비쳤다. 지금부터라도 정보 공유가 되도록 주의를 촉구해야 한다. 정보기관은 전면에 나서려고 할수록 다른 기관의 활동을 제한할 수 밖에 없다. 한쪽이 소외 되거나 한쪽으로 정보 쏠리는 것은 구조적으로 명확하게 가르마를 타야 한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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