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업 혁신생태계 위해 규제 완화 시급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 경제가 당분간 경기반등에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IMF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2.1%, 한국경제연구원은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대내적으로는 장기간 진행된 경제여건의 부실화, 대외적으로 주요국들의 경기회복 지연과 무역분쟁 등 코로나19로 촉발된 경기침체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진퇴양난의 경제상황이지만, 어쨌든 경제주체인 기업은 살아남아야 한다. 글로벌 소비심리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기존 제품들의 단순 변형과 마케팅은 무용지물이다. 현 상황을 타개할 가장 효과적인 경제적 처방은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기업이 혁신제품 발굴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는 “고객은 새로운 제품을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라는 말을 남겼다. 고객에게 질문해 해답을 찾지 말고 기업 스스로 소비자의 숨겨진 욕망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이루는 최고의 경쟁력은 단연 기술력이다. 그러나 고객은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가치를 구매하므로 고객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있어야 시장에서 성공할 수가 있다. 위성전화 ‘이리듐’, 2륜 전동차 ‘세그웨이’는 기술의 진보를 선보였으나 고객에게 그것이 왜 필요한지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아직까지 스마트홈 제품들이 시장에서 고전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혁신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고객의 잠재된 욕구를 알아내기 위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미래의 수요를 내다보려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잘 알려진 구글의 ‘X 연구소’, 나이키의 ‘이노베이션 키친’처럼 엉뚱하고 과감한 시도들을 반복함으로써 아이디어를 발굴해 내기도 한다. 국내 유수의 IT기업들이 개발자들에게 자유로운 근무환경과 복리후생을 제공하는 것도 말랑말랑한 두뇌를 만들어 창의적인 아이템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혁신적인 제품이 완성됐더라도 고객이 알아서 찾아주기 바라면 안 된다. 새로운 것에 대해 고객들은 호기심보다는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객이 알지 못했던 본원적인 욕구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제품임을 고객이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이 세련된 매장에서 제품을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게 하고, 넷플릭스가 1달 무료체험을 통해 신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구매 욕구를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혁신이라 함은 연구개발, 시장조사, 마케팅 등 모든 기업 경영활동이 제대로 다 잘 작동할 때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다.
혁신적인 기업이 많이 나타나려면, 무엇보다 해당 기업이 뿌리내리는 국가의 혁신 생태계가 잘 조성되어야 한다. 마침 우리나라에 코로나19 사태로 4차 산업혁명이 산업전반과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사회적·신체적 거리두기가 보편적 생활양식이 됨에 따라 사무·교육 등을 비대면으로 하는 언택트산업이 급부상했고, 일반 국민들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체감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 구매 및 방역노하우 전수 요청이 이어지며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의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재조명 받고 있어 관련 기업들이 해외로 진출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미래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훈풍이 한반도에 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흐름에 발맞춰 정부가 최근 발표한 5G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 등 ‘한국판 뉴딜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라 할 수 있는 규제개혁 관련 내용들이 빠져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 규제체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이라 신산업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 금지조항만 예외적으로 두어,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게’ 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전환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만 한다.
신산업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는 ‘타다’의 사례 봐도 알 수 있다. 모빌리티, 원격의료, 컨벤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만 우리나라 신산업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지난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업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신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지원으로 규제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응답(31.9%)하기도 했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가 디지털 경제체제로의 전이를 따라잡지 못하거나, 여러 부처가 해당되는 융합적인 서비스에 대한 법령상의 이슈가 책임 있게 해석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신산업 규제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선제적이고 폭넓은 규제개혁으로, 코로나19의 위기를 우리 산업의 체질혁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초기부터 추진해온, 규제 1개 신설 시 규제 2개를 폐지하는 ‘투포원(two-for-one)룰’을 통해 지난 3년간 신설 규제 1개당 7.6개 규제를 폐지해 당초 목표의 3배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 규제비용만 446억 달러를 감축했다고 백악관이 밝힐 정도로 정책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미래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은 반도체와 통신부품 등에서 첨예한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 국회, 경제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이 다 같이 합심해 규제완화와 같은 제도·정책적 지원을 과감히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한국일보 ‘2020 대한민국 베스트신상품 대상’을 통해 선보이는 제품들은 기업 혁신적 활동들의 결과물이다. 우수한 기술과 실용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인정받아 혁신사례에 모범이 되기를 기대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