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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색내는 중국, 반색하는 한국

입력
2020.08.2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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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국과 시행한 '신속통로(패스트트랙)'에 따라 톈진으로 출국하는 기업인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수속에 앞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입국 후 14일간의 격리가 면제된다. 뉴시스

지난 5월 중국과 시행한 '신속통로(패스트트랙)'에 따라 톈진으로 출국하는 기업인들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수속에 앞서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입국 후 14일간의 격리가 면제된다. 뉴시스


참 유별나다 싶었다. 중국이 항공사별로 국제선을 주 1회만 운항하도록 틀어쥔 건 5개월 전이었다. 우리 정부가 "발표 후에야 알았다"고 실토할 정도로 전격적인 조치였다. 국론 분열을 감수하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지 않다가 졸지에 뒤통수를 맞았다.

외국 도시에서 베이징으로 오는 직항노선은 아직 전무한 상태다. 외세 침입에 맞서 수도를 지키려는 보위전으로 비칠 정도다. 방역 부담은 오롯이 지방정부의 몫이다. 리더인양 행세하다가 불리하면 책임을 떠넘기는 미국의 이기주의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연초에 한국을 찾았던 교민들은 발이 묶였다. 유학생만 4만9,000명에 달한다. 거류비자마저 무효화되면서 생업의 터전이던 중국으로 돌아갈 길이 막혔다. "좋은 이웃은 금과도 바꿀 수 없다"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발언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다.

그러던 중국이 하늘길의 빗장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과의 항공편을 두 배로 늘렸다. 언뜻 상당한 진전 같지만 주 10회를 20회로 늘린 것에 불과하다. 매주 1,200회 양국을 오가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다.

평소 왕복 30만~40만원 하던 항공권 가격은 편도만 300만원 넘게 치솟았다. 그마저도 미국에서 한국을 거쳐 귀국하려는 중국인들이 싹쓸이하면서 구할 도리가 없다. 뒤늦게 비자 발급을 재개했지만 타고 갈 비행기는 보이지 않는다. 각별히 한국을 챙긴 듯 으스대는 중국을 향해 덩달아 장단을 맞추기엔 군색한 처지다. 고작 기업인 8,000명이 양국을 오간 '신속통로(패스트트랙)'의 성과를 치켜세우기엔 멋쩍은 상황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중국에 입국한 한국인 가운데 확진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그렇다면 이제 시원하게 길을 터줄 때도 됐다. 방역 모범생을 자부하는 한중 양국이 감당 못할 수준은 아니다. 오죽하면 항공기보다 감염 위험이 훨씬 높은 여객선으로 실어나르는 방안까지 거론될까. 언제까지 아쉬울 때만 얌체처럼 한국에 손을 내밀 건지 묻고 싶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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