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다음 주 중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치국원은 중국에서 공식 외교 수장인 외교부장에 비해, 막후의 전략적 정치ㆍ외교를 이끄는 실질적 최고위직이다. 통상적 방문이 아닌 만큼, 중국 요청에 의한 방한일 가능성이 높다. 시진핑 주석 방한 문제가 걸려 있지만 일정 조율 등은 외교부 실무선에서 충분히 협의될 수 있는 만큼, 절실한 전략적 필요에 따른 행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무엇보다 이번 방한이 미ㆍ중 갈등이 전쟁 위기론까지 나돌 정도로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주목된다. 차기 대선을 의식한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책임론에 이어 화웨이와 틱톡 등에 대한 노골적 표적 공세는 물론, 총영사관 폐쇄까지 강행하는 초강경 기조로 진입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이나 대만 문제 같은 중국의 ‘핵심 이익’까지 도발하며 남중국해 무력시위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역시 ‘눈에는 눈’식 대응을 천명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우리는 또다시 ‘샌드위치’가 된 상황이다. 미국은 반중(反中) 경제동맹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 참여, 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에서 화웨이 배제, 인도ㆍ태평양전략 참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사드 보복’을 유지하면서 자국 편에 설 것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이 중거리 미사일 한국 배치 가능성을 열어둔 가운데, 우리나라에 미사일 규제를 대폭 완화해주려는 듯한 움직임엔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 정치국원의 이번 방한은 ‘우군 만들기’ 차원이고, 시진핑 주석 연내 방한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 문제나 사드 보복 해제가 당장 절실하다고 해서 결코 가볍게 움직여선 안 된다. 우리에겐 미ㆍ중 모두 절대적 이해 국가인 만큼, 기존의 전략적 이해와 국제관계의 틀을 단기적 이익 때문에 흔들 수는 없는 일이다. ‘독자적 외교 원칙’을 확고히 하고, 중국에 이해를 구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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