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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 방류피해 지자체ㆍ주민  "손해배상 법적 대응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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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댐 방류피해 지자체ㆍ주민  "손해배상 법적 대응도 불사"

입력
2020.08.13 18:53
수정
2020.08.13 20:3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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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규정 지켰지만 특수상황 감안 못해 아쉬움
4개 자치단체 실무자 모여 공동대응 합의
주민들도 비대위 구성 손해배상 소송 준비


지난 8~9일 전북 진안 용담댐의 방류량 급증으로 물에 잠긴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인삼밭. 충남 금산군 제공

지난 8~9일 전북 진안 용담댐의 방류량 급증으로 물에 잠긴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인삼밭. 충남 금산군 제공


“장마철에는 물을 미리 빼서 댐을 비워놓는 게 정상 아녜요? 이건 분명히 인재예요, 인재.”

전북 진안 용담댐의 갑작스런 방류량 증가로 수해를 입은 충남 금산군 부리면과 제원면 피해 농가들로 구성된 피해보상비상대책위의 김상우(60) 위원장은 댐 관리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수공)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에 분통을 터뜨렸다. 수공은 폭우 당시의 갑작스러운 방류 책임이 ‘기상청 오보’에 있다고 둘러댄 바 있다.

13일 김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오는데도 일부 민원에 물을 미리 빼놓지 않고 있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러서야 갑자기 물을 흘려보낸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목청을 높였다. 주민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수공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8일 충남 금산군과 충북 영동, 옥천군, 전북 무주군에서는 주택 208채와 농경지 745㏊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특히 금산에서는 수확을 앞둔 인삼밭 200㏊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폭우 탓도 있었지만, 용담댐의 갑작스러운 방류가 결정적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금산군과 영동군에 따르면 호우피해 발생 전인 지난 1~4일 용담댐의 평균 저수율은 91%였고 방류량은 초당 평균 92.2톤이었다. 5일부터 호우주의보가 발령됐는데 7일에는 저수율이 97.7%에 달했다. 7일 당시 오후 1시 기준 용담댐 수위는 262.7m로, 계획홍수위(홍수조절을 위해 댐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수위) 265.5m에 근접했다.

특히, 같은 날 오후 4시엔 수위가 263.5m를 넘었는데도 용담댐은 방류량은 크게 늘리지 않았다. 홍수 유입이 없는 경우 용담댐이 유지해야 하는 최고 수위(홍수기제한수위) 261.5m였던 점, 그리고 중부지역이 적지 않은 강우량을 기록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댐의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용담댐은 그러다가 댐 인근 지역에 최고 400㎜가 넘는 폭우로 유입량이 급증하자 이튿날인 8일부터 방류량을 대폭 늘렸다. 오전 10시50분 당시 초당 2,038톤에서 낮 12시에는 2,900톤으로 증가했다. 8일 오전 11시 40분부터 다음달 오전 5시40분 사이 초당 평균 방류량은 평균 2,680톤으로, 직하류 계획홍수량 2,530톤도 넘겼다. 방류량이 2,000톤 이상일 경우 방류한 물은 3, 4시간 뒤면 금산에 닿는다. 이처럼 순식간에 물이 밀어닥치면 하류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이에 대해 용담댐 측 관계자는 “방류를 결정할 때 하루 수위와 일기예보, 유입량 등을 고려하고 유입량이 많더라도 추가로 비가 오지 않을 경우에는 물을 가둬 천천히 내려 보낸다”며 “(마을 다리가 물에 잠긴다는)하류 민원 등으로 물을 가두어 두고 있었고, 갑자기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감당하지 못해 수문을 열었다”고 해명했다.

문정우 금산군수는 “비가 많이 오는 상황에서 담수율을 그렇게 높이 유지하다가 다급하다고 한꺼번에 물을 방류한 분명 인재”라며 “인근 대청댐과 비교해도 용담댐은 분명 대처를 잘못했다. 기상청만 탓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수공의 '기상예보 탓' 발언에 기상청도 발끈했다. 기상청은 지난 12일 밤 늦게 해명 자료를 내고 "수공이 설명한 댐 수위 조절 실패 이유가 기상청 예보 때문이라고 하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용담댐 등의 강수량 정보를 적절하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지난 7~8일 양일간 많은 곳은 465㎜ 이상(215.0㎜+250㎜ 이상)을 예보해 실제 강우 433.5㎜와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공이 홍수기제한수위보다 낮게, 규정대로 유지했지만 집중호우가 예고돼 있었고, 실제 비도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년보다 댐 수위를 높게 유지했던 것은 적절하지 못한 대처였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집중호우를 예고했을 때 사전에 댐을 비워놨어야 했는데, 안일했다”며 “댐 방류, 수위 규정을 지켜도 갑자기 평소의 10배를 방류하면 밑에서는 당연히 홍수가 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선제적 조치(방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용담댐 방류 피해를 입은 4개 군은 이날 충북 영동군에서 실무회의를 열고 피해보상을 위한 범대책위를 구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박세복 영동군수는 “4개 지자체는 이번 피해가 천재가 아닌 인재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까지 가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대전= 허택회 기자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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