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에 다리 끊겨 일주일 고립된 주민 지원
3시간 만에 군용 '간편조립교' 뚝딱 조립
전시 상황도 아닌데 군인들이 ‘군사작전용 다리’ 만들기에 투입됐다. 육군 3군단 예하 공병여단 장병 70여명은 12일 강원 인제군 인북천에 '간편조립교'(Medium Girder Bridge)를 3시간 만에 뚝딱 설치했다. 전시에 끊어진 다리를 잇거나, 군 병력이 하천을 건너기 위해 설치하는 군용 임시교량이 급히 세워진 이유는 뭘까.
때 아닌 군용 교량 설치는 최근 집중호우 때문이었다. 기록적 폭우로 지난 5일 인제 천도리 인북천 수위가 급격히 높아지면서 민간 교량인 양지교 상판 일부가 내려 앉았다. 차량 통행은 전면 중단됐다. 하천 건너편 마을과 연결된 유일한 다리가 끊기자 주민 50여명은 일주일째 고립 상태였다. 고추, 옥수수 출하 시기와 겹치면서 정성스레 키운 농작물을 내다팔기 어려워졌다. 가축 사료 반입이 힘들어져 축산농가의 시름은 깊어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임시교량을 언제 설치할 수 있을지도 기약이 힘든 상황이었다.
이때 육군의 간편조립교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인제군 관계자들과 함께 내려 앉은 양지교 인근을 둘러보던 현지 부대에서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고 한다. 간편조립교는 전차, 장갑차는 물론 군수물자에 병력까지 수십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설치에도 몇 시간이 안 걸린다. 실제 이날 최대 24톤 차량까지 이동이 가능한 간편조립교(길이 45.7mㆍ폭 4.1mㆍ무게 30.5톤)를 만드는 데는 불과 3시간밖에 안 걸렸다. 내려앉은 양지교 교각 위에 세워진 간편조립교는 양지교(총 120m)의 무너진 40m 구간을 대체하게 된다. 1991년 영국에서 들여온 간편조립교가 재난재해 현장에 투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짧은 시간 안에 임무를 완수하기는 했지만, 그 과정이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간편조립교는 2차 세계대전에 사용된 구형 교량인 '장간조립교'(철재 위주ㆍ자재 1개당 300㎏)와 달리 특수경합금(아연, 알루미늄 등) 소재로 제작돼 무게는 가볍다.
다만 조립 난이도는 있다. 차량으로 현장에 자재들을 수송한 이후 업무도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진다. 실제 이날 1개당 수백㎏에 달하는 자재들을 장병 3~6명이 한 조가 돼 옮겼고 20교절로 나눠진 교량 조립도 직접 손으로 했다. 전시에 아무런 장비가 없는 상태를 가정해 설치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날 현장을 지휘한 김대현 3공병여단 교량대대장은 “평소 전투준비태세 일환으로 교량 구축 교육훈련을 반복, 숙달해왔기 때문에 신속하고 안전한 교량 설치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날 육군이 설치한 간편조립교는 인제군에서 무너진 다리를 보수를 하거나 임시교량을 설치하기 전까지 양지교를 대체하게 된다.
한편 국방부는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대민지원에 2만5,000여명의 병력과 장비 1,600여대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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