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피해 아동 100만명이상... 형사처벌해야 인식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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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미지급 피해 아동 100만명이상... 형사처벌해야 인식 전환"

입력
2020.08.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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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영 법무법인 KNK 변호사 "구치소 감치 유명무실"


시민단체 양육비해결모임의 경찰청장 직무유기 고발건을 담당한 이준영 법무법인 KNK 변호사가 6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국내 양육비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지난달 부산에서 양육비 8,700만원을 주지 않아 감치(監置) 대상자가 된 아버지 A씨를 경찰이 실수로 풀어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해당 남성은 자수했지만 시민단체 '양육비해결모임'은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경찰조차 감치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며 지난달 30일 김창룡 경찰청장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담당한 이준영 법무법인 KNK 변호사는 “국내에서 양육비 미지급으로 피해보는 아동이 100만명 이상”이라며 “빠져 나갈 구멍이 많은 허술한 제도가 잘못한 것 없는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의 ‘2018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부모 가족의 73%가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양육비 지급 이행을 강제할 최후의 수단인 구치소 감치 명령(최장 30일)조차 실효성이 매우 낮다”며 “대대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감치는 채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고의로 양육비를 이행하지 않을 때 법원이 내리는 명령이다.

법원의 감치명령을 담은 등기는 채무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있는 경찰서로 보내지는데, 양육비 미지급자가 그 지역에 살지 않으면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관할 경찰서가 형사사건도 아닌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감치명령의 유효기간(6개월) 안에 양육비 미지급자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면 감치 명령이 아예 무효가 된다. 이 변호사는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피해다니거나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나쁜 부모들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2015년 정부는 여성가족부 산하에 양육비이행관리원을 만들었다. 지난해 법원은 양육비 지급 의무 강화를 위해 감치명령 집행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지난 5월 양육비를 계속 미지급할 경우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할 수 있게 하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의결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개입해 지급 확약을 받은 사례 중에서 실제 양육비가 지급된 건 30% 안팎”이라며 “운전면허 정지 역시 큰 효과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처럼 형사처벌로 다스리는 등 근원적인 처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프랑스는 양육비를 고의로 주지 않을 경우 가족 유기범죄에 해당한다고 본다. “형사사건으로 되면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가욋일’로 생각하던 경찰 인식도 바뀔 것”으로 그는 기대했다.

당장 생활이 급급한 한부모 가정을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한 부분. 이 변호사는 “양육비를 개인 간 채무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아동의 건강하게 성장할 권리 보호 차원에서 정부가 양육비를 우선 보조하는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대지급제다. 국가가 양육비를 먼저 지급하고 양육비 채무자에게 징수하는 제도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에서 이미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양육비 문제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아이들의 꿈과 건강을 앗아가는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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