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출범, 경사노위 여성ㆍ청년ㆍ비정규직 위원회
김지희 정보영 문현군 위원장 등 3인 대담
"육아휴직 이후 해고통보 급증"
"취업길 막힌 청년층, 플랫폼 노동에 투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노동 취약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계층별 위원회가 지난 4일 출범했다. 여성ㆍ청년ㆍ비정규직 등의 분야에서 이뤄진 계층별 위원회는 지난 1998년 시작된 이래 줄곧 양대노총과 경영자단체의 무대였던 사회적 대화의 한계를 극복할 첫 시스템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출범을 앞두고 탄력근로제를 둘러싼 경사노위가 파행하면서 계층별 위원회는 다시 좌초되기도 했다. 이번 출범으로 어렵게 발언권을 얻은 만큼 희망도, 책임도 클 각 계층위원장에게 활동계획을 들어봤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 경사노위에서 김지희 여성위원장(서울시 동부권 직장맘센터장), 정보영 청년위원장(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을 만났고, 문현군 비정규직위원장(한국노총 전국노동평등노조 위원장)은 서면으로 답했다.
-지난해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하는 경사노위 본위원회의 계층대표 3인이 해촉되는 파행이 있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계층위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지희(이하 김)=당시 탄력근로제 문제는 이미 당정에서 논의가 진행된 사안이었다. 첫 의제부터 정치적 쟁점이 주어져 파행이 불가피했다. 계층대표 취지를 살리려면 계층위가 선정한 쟁점이 전체 의제로 확대돼야 한다. 이번에 참여한 이유도 현장의 고충을 정책에 반영하고 싶어서다. 각 지역 직장맘 센터에 접수되는 상담이 한해 1만여건이다. 대부분 법이 지켜지지 않거나, 법 자체가 미비한 경우라 개선이 절실하다.
정보영(이하 정)=청년유니온은 지난해 계층위원으로 참여했다가 해촉된 당사자다. 실패를 겪은 만큼 우려도 많았다. 하지만 개별 단체보다 경사노위로서 훨씬 다양한 청년을 만날 수 있다고 보고 참여했다.
문현군(이하 문)=노동운동을 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가 국민에 닿으려면 투쟁뿐 아니라 대화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과거 노사정위는 계층별 위원회 구성을 생각조차 못했기에 경사노위가 최선의 수단이라 본다.
-각 계층위 별로 시급하게 논의할 의제는
김=코로나19로 여성 노동자의 고용불안도, 불이익도 늘었다. 육아휴직 이후 해고통보가 급증하는 식이다. 과거 위기에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은 직장 복귀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되 전 계층이 어려운 만큼 공동 해결책 모색도 필요할것 같다.
정=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대한 토론을 계획중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가 청년 이슈로 주목됐지만 실상 지방 청년은 ‘수도권 대학 졸업자들 얘기’라며 공감하지 못했다. 단순히 공채 확대를 해결책이라 보는 대신 핵심을 꿰뚫어야 한다. 취업준비생 문제도 중요하다. 첫 직장이 평생 노동을 좌우하는데, 코로나19로 취업길이 막힌 청년들이 불안정 플랫폼 노동에 뛰어들고 있다.
문=플랫폼 노동자 증가에 맞춰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특수고용노동자에 고용ㆍ산재보험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노동형태를 포괄할 사회안전망이 의제로 올라야 한다.
-계층위의 대표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없지 않다.
문=한국노총은 물론, 경사노위에 불참한 민주노총까지 계층위에서 함께 고민하길 바랐다.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쉽지만 현 비정규위원들도 사각지대를 대변할 경험과 전문성이 높다. 오는 24일 첫 전체회의부터 미참여 단체와 함께 토론하는 등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정=청년 문제가 다양한 만큼 지역ㆍ계층을 고려해 위원을 구성했다. 총 10명중 7명만 선임했는데, 아직 경사노위에 손이 닫지 못한 청년단체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김=여성 중에도 콜센터ㆍ방문노동 등 위기에 더 취약한 직군이 있다. 이들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 노동권익센터등과 협력해 실태조사도 하겠다.
-여성ㆍ청년ㆍ비정규직에게 왜 사회적 대화는 필요한가.
김=여성의 노동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기득권이 여성노동을 덜 중요한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차별 문제를 뒤로 미루는 실수는 반복돼선 안 된다. 사회적 대화는 여성의 목소리를 제도화하고 논의하는 민주주의 훈련이다.
문=낮은 곳에서 묵묵히 근무하는 비정규직 덕분에 대한민국이 있다. 이들에겐 또한 미래세대를 위해 좀 더 안전한 일터와 공정한 사회를 물려줄 의무가 있다. 공동체를 지향해야 잘못된 구조가 바뀐다.
정=사회적 대화는 단순히 청년에게 좋은 것을 찾으려는 게 아니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불평등, 실업 등 청년만이 겪는 문제는 없다. 하지만 청년은 이를 그저 두고 보는 대신 참여하고, 질문하고,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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