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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재에 무릎 꿇은 화웨이, 삼성에 '일거양득'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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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제재에 무릎 꿇은 화웨이, 삼성에 '일거양득' 되나

입력
2020.08.11 16:1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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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자체 개발 스마트폰 AP칩 '기린' 생산 중단 선언
삼성, 스마트폰 시장 넓히고 화웨이에 부품 공급할 기회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미국 제재 여파로 자체 모바일 AP칩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지 주목된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통화를 하는 모습.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미국 제재 여파로 자체 모바일 AP칩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볼지 주목된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통화를 하는 모습. 베이징=AP 연합뉴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스마트폰 핵심 부품으로 자체 개발해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보안 침해 우려를 앞세운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가시적 결과를 낸 것으로, 화웨이를 스마트폰 경쟁사이자 부품 공급처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공개 행사에서 9월 15일을 기해 자사 모바일 AP '기린'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일은 지난 5월 미국 정부가 화웨이의 반도체 위탁생산을 봉쇄하는 제재안을 발표하며 설정했던 유예기간(120일)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위 CEO는 다음달 출시될 플래그십(대표) 스마트폰 '메이트40'이 기린 칩을 탑재한 마지막 제품이 될 거라고 덧붙였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화웨이는 그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고사양 AP칩인 기린을 개발하고 초미세공정 기술을 갖춘 대만 TSMC에 제작을 의뢰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기린 생산을 맡길 곳을 찾기 어렵게 되자 AP 자체 개발을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린은 최신품의 경우 폭 5나노미터(㎚, 10억분의 1m)의 미세 회로로 설계되는데, 이를 구현할 수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 뿐이라 화웨이의 '안방'인 중국에선 제작이 어렵다. 위 CEO는 "화웨이는 10년 이상 칩 개발 노력을 쏟아온 터라 이번 결정은 회사에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2위인 화웨이 스마트폰은 경쟁력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미국의 '1차 제재'로 구글 앱스토어 및 주요 앱을 탑재하지 못해 유럽 시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상황에서 하드웨어 측면의 기술력마저 발휘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더구나 화웨이가 구글 앱스토어를 대체하려 구축한 '앱갤러리'에 대해 미국 정부가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앱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악재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완제품 및 부품 시장 모두에서 시장을 확장할 호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가 화웨이와의 주요 경합 지역인 유럽 등에서 점유율을 늘린다면 글로벌 1위 위상을 굳힐 수 있다. 실제 화웨이의 유럽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분기 22%에서 올해 2분기 16%로 뚜렷한 퇴조세를 보이고 있다.

화웨이가 AP를 비롯한 모바일용 반도체를 다른 회사 완제품으로 충당해야 할 상황이 된 만큼, 이 시장이 삼성전자에 열릴 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AP칩 '엑시노스'를 독자적으로 개발·생산해 자사 및 일부 제조사 스마트폰에 공급하고 있어 퀄컴(미국), 미디어텍(대만) 등과 더불어 화웨이와 거래를 틀 수 있는 유력주자로 꼽힌다. AP는 삼성이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지목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주요 품목이기도 하다.

이훈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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