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슬 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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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슬 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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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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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코미디언 빌 코스비는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여성들을 성폭행해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 가장 재능 있는 코미디언 중 한 명으로 뽑히는 데이브 샤펠은 한 쇼에서 코스비의 몰락을 지켜보는 복잡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코스비쇼를 보고 자라며 대안적인 흑인 남성상을 찾았고 코미디언의 꿈을 키웠던 그에게 평생 우상이 파렴치범으로 전락하는 과정은 큰 충격과 상실감을 안겨 주었던 것 같다.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이슈를 코미디 소재로 자주 다루는 샤펠이지만 코스비의 긍정적 업적을 강조하는 그의 발언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요즘 미국에서 하는 말로 ‘캔슬 컬처'의 대상이 된 것이다.

캔슬 컬처란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논쟁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SNS 등을 통해 대중의 공격을 받고 지위나 직업을 박탈하려는 캠페인의 대상이 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캠페인은 여러 이슈를 둘러싸고 일어나지만, 그 중심에 미투 운동과 ‘블랙 라이브스 매터'운동이 있다. 얼마 전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흑인 남성이 반려견에 목줄을 하라고 요구하자 경찰을 부른 백인 여성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직장에서 해고된 것이 한 사례다. 시민전쟁 당시 남부군 장군이나 노예를 소유했던 역사적 인물의 동상을 제거하려는 캠페인을 캔슬 컬처의 일부로 보기도 한다.

캔슬 컬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은데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보수적 인사들에게서 많이 나오지만, 최근 자유주의적 성향의 유명 지식인들도 캔슬 컬처를 비판하고 나섰다. 사례에 따라 한 번의 발언이나 행동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취소'한다는 게 가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비판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 편인데 그 비판이 대중, 특히 소수자의 목소리를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견해를 맘껏 표현하는 권력을 누려온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오기 때문이다. 대중의 시선과 비판은 그런 권력에 따르는 대가인데, 다만 SNS 덕분에 이제 그런 비판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그들의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비판하는 이들의 자유도 소중하다.

캔슬 컬처에 대한 논쟁에서 정말 생각해 볼 점은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를 사는 우리 마음의 습관이 아닌가 싶다. 캔슬 컬처에서 아쉬운 것은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해서 선과 악으로 깔끔하게만 인식하려는 경향이다. 세상을 일관되고 단순한 질서로 인식하려는 우리 마음의 편향을 반영하는 것일텐데, 현실은 언제나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복잡하다.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그래서 중요하다. 조지 워싱턴의 영웅적 행적뿐 아니라 냉혹한 노예주였던 그의 결함도 같이 가르치는 역사 교육 말이다.

사회학자 마리오 스몰이 지적한 '인지적 공감'의 부족도 아쉽다. 인지적 공감이란 다른 사람이 느끼는 것을 같이 느끼는 ‘감정적 공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관점을 그들이 이해하는 그대로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다. 인지적 공감은 우리와 다른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왜 그런 믿음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도와준다. 인지적 공감의 노력이 없을 때 우리는 왜 그들이 그런 믿음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우리의 편견으로 채우고 그 발언과 행동은 우리 흑백 세계관 안에서 산뜻하게 정리되어, 그들은 대화가 아닌 취소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임채윤 미국 위스콘신대학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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