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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 성운' 명칭 사라진다... 은하계도 '개명'

입력
2020.08.09 15:00
수정
2020.08.09 20: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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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인종차별 시위 여파... 나사도 개명 대열 합류
군기지ㆍ브랜드ㆍ스포츠구단 등 전방위 확산


에스키모 성운이란 별칭을 가진 'NGC 2392' 성운. 나사 홈페이지 캡처

에스키모 성운이란 별칭을 가진 'NGC 2392' 성운. 나사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여파로 확산되고 있는 '개명' 대열에 미 항공우주국(NASAㆍ나사)도 합류했다. 과거 노예제도나 인종주의의 잔재가 묻어 있는 명칭을 바꾸려는 흐름이 행성ㆍ성운ㆍ은하계 등에 붙여진 이름에도 변화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나사는 최근 'NGC 2392 성운'의 별칭인 '에스키모 성운'과 'NGC 4567 성운'의 별칭인 '샴 쌍둥이 성운'이란 이름을 더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미 CBS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행성과 성운의 공식 명칭은 알파벳과 숫자로 구성되지만, 나사는 일부 대상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별칭을 사용해 왔다.

알래스카 원주민으로 알려진 에스키모의 원뜻은 '날고기를 먹는 사람'이다. 여기에는 서구 식민지 개척자들이 원주민을 야만인으로 비하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아이스크림 회사인 드레이어 아이스크림도 지난 6월 일찌감치 '에스키모 파이'라는 상품명을 버렸다. 샴 쌍둥이는 19세기 태국에서 한 몸으로 태어난 형제에서 비롯된 용어로 결합쌍생아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서구 관객을 대상으로 서커스단에서 괴기 쇼를 하며 생활했는데, 기괴한 동양인을 염두에 둔 이 표현에도 비하의 시선이 깔려 있다.

나사는 "우주의 어떤 별칭과 용어들에 불쾌하고 무례한 역사적ㆍ문화적 함의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게 분명하다"면서 "나사는 다양성과 평등, 포용에 대한 헌신의 일부로서 별칭 사용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사는 시대 변화에 맞지 않거나 매우 해로울 수 있는 별칭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목이 눌려 사망한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적 이름과 명칭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ㆍ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남부연합군 장군들의 이름을 딴 미군기지 명칭 변경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게 대표적인 예다.

식품 회사인 퀘이커 오츠는 130여년의 역사를 지닌 '앤트 재미마(Aunt Jamima)'라는 브랜드명을 바꾸기로 했다. 이 브랜드의 흑인 여성 이미지가 백인의 수발을 드는 전형적인 흑인 노예 여성상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미식축구 구단인 워싱턴 레드스킨스도 지난달 구단 명칭을 바꿀 예정이라고 밝혔다. '빨간 피부'라는 뜻의 레드스킨스는 아메리칸 원주민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겼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학교의 이름이 바뀐 경우도 있다. 버지니아주(州)의 최대 교육구인 페어팩스카운디 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3일 남북전쟁 당시 남군 장군의 이름을 딴 '로버트 E. 리' 고등학교의 명칭을 최근 서거한 흑인 하원의원의 이름인 '존 루이스'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워싱턴= 송용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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