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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 흉기 난동에 또 의사 사망…끊임없는 진료실 테러

입력
2020.08.05 16:39
수정
2020.08.0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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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원법' 등 의료인 폭행 방지법 있어도 꾸준히 발생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부산 북구의 한 신경정신과 전문병원에서 퇴원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전문의를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진료실 테러가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의사는 결국 사망했는데요. 그동안 진료실이 테러 현장으로 변하는 사례가 끊임없이 있어왔고, 이와 관련해 형량을 높이는 의료법을 개정하기도 했지만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부산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5일 오전 9시25분쯤 60대 남성 A씨가 정신과 전문의 50대 남성 B씨를 찾아 흉기를 휘둘렀는데요.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던 중 오후 1시쯤 결국 숨졌고, A씨는 범행 직후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건물 10층 창문에 매달려있다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평소 병원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의료진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알려지고 있는데요.

한해 의료진 폭행·협박 신고 수백건…잇따른 사망·상해

진료실 테러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 2008년 6월에는 충남대병원에서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퇴근하던 담당 교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일이 있었어요. 2009년 3월 경기 부천시 비뇨기과의원에서는 1년 넘게 치료를 받아온 환자가 진료에 대한 불만으로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망하게 한 뒤 자신도 스스로 찔러 치료를 받았죠. 2009년 11월에는 강원 원주시 피부비뇨기과의원에서 외래 환자가 간호사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모두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고요.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의료진에 대한 폭행·협박으로 한해 신고되는 사건이 500~900여건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설문조사에서는 최근 3년 동안 진료실에서 환자·보호자 등으로부터 폭언, 폭력을 당한 응답자가 71.5%로 나타났습니다. 2012년 8월 경남 양산시의 정신병원에서는 신경정신과 의사가 상담하던 정신질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중상을 입었고, 2013년 2월에도 대구 수성구 정신건강의학과의원에서 환자가 흉기를 휘둘러 의사가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고요.

당시에도 크게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고 의사협회 및 간호사협회 등에서는 성명을 내고 "국민건강권을 위해 더 이상 의료종사자 폭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직접 적극 앞장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나서는 등 적극 조치를 요구했는데요. 이에 2015년 응급 의료인 폭행방지법, 2016년 5월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됐습니다.

응급실 의사에게 폭행을 행사해 응급환자 진료를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인을 폭행·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죠.

'임세원법' 도입에도 재발 이어져…"처벌 강화가 능사 아냐" 지적도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발인식이 엄수된 지난해 1월 4일 오전 임 교수의 영정이 서울 종로구 서울직십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발인식이 엄수된 지난해 1월 4일 오전 임 교수의 영정이 서울 종로구 서울직십자병원 장례식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졌을까요? 2016년 8월에는 경북 고령군의 한 내과 의사가 병원에 대한 불신과 피해망상이 컸던 환자에게 칼로 복부를 찔려 수술을 받습니다. 2018년 2월에는 충북 청주시에서 치과의사가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중태에 빠지기도 했고요, 같은해 7월에는 전북 익산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의사가 술에 취한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졌죠. 그 해 강원 강릉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환자의 둔기에 상해를 입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 12월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환자의 칼에 찔려 숨지는 일이 발생하는데요. 다시 한 번 의료인 보호를 위한 보다 강력한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고, 이듬해 4월 이른바 '임세원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됩니다. 이 법 또한 처벌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요.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고,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으로 상향됩니다.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죠. 또한 의료기관 내 의료인 및 환자 안전을 위한 보안장비, 보안인력을 법적으로 보장하게끔 하는데요. 무엇보다 의료인 폭행에 있어서는 '술에 취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도록 심신미약 주취 감경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다시 의료인이 환자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또 다시 벌어졌습니다. 형량을 강화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의료계에서는 △의료법상 반의사불벌죄 폐지 △진료거부권의 법적 명시 △진료실 내 대피공간, 대피로 확보에 대한 정부 지원 △환자가 허위문서 작성·변조 요청시 처벌 규정 신설 등의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치료를 위한 공간인 진료실이 폭력으로 얼룩지는 상황, 언제쯤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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