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반복되지만 법 제정 논의 진전 없어
북한이 지난 6월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며 문제를 제기했던 대북전단(삐라) 원천 차단 법안을 놓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여당은 남북 간 군사적 충돌 긴장이 반복되는 만큼 국민 안전을 위해 대북전단 발송을 차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북한 요구에 굴복하는 저자세라는 반발도 만만찮다. 이 법안은 정말 '김여정 하명법'일까.
삐라 1,400만장 날렸지만 효과는 '글쎄'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따르면 일명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은 남북교류협력법(김홍걸ㆍ윤후덕ㆍ김승남 의원)과 남북관계발전법(송영길 의원) 개정안 등 4건이 발의돼 있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안이다. 앞서 18대~20대 국회에서도 민주당 주도로 8건이 발의됐지만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논리에 막혀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대북전단 살포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통일부가 외통위에 제출한 '최근 10년간 민간단체의 연도별 전단살포 현황'을 보면,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2011년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단체 혹은 개인 자격으로 살포한 전단은 1,400여만장에 이른다. 해마다 100만~200만장 가량을 공개 살포했는데, 남북 해빙기였던 2018년만 15만장으로 줄었다. 살포 장소는 주로 경기 파주, 김포, 연천이었다. 다른 민간단체들도 전단을 뿌리지만 장소와 시기, 양까지 공개하는 사례는 드물다.
민간단체들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대북전단을 살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접경지역 주민들에겐 위협으로 돌아온다. 2014년 10월엔 박 대표가 띄운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북측이 고사총을 쐈고,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박 대표가 뿌린 전단을 콕 집어 문제제기를 한 뒤 개성 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대북전단의 효용성이 없는데도 일부 단체가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폭로도 계속 나온다. 관련 단체에서 활동했던 전수미 변호사는 3일 외통위 전체회의에 진술인 자격으로 출석해 "전단 대부분은 휴전선에 떨어지기 때문에 북측 교화에 효과가 있었는지 회의적"이라며 "일부 단체는 미국의 단체들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기 위해 전단을 살포한다"고 말했다.
'김여정 하명법' 논란에 법안 논의 STOP
10년 넘게 같은 이유로 남북 간 긴장이 반복되고 있지만, 21대 국회에서도 '김여정 하명법' 논란에 가로 막혀 법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김 제1부부장의 문제제기 후 정부와 여당이 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미래통합당의 반대 논리다.
일각에서 외통위 전문위원들마저 "대북전단 금지는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견해를 냈다고 보도한 것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2016년 대법원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 안전에 위협이 있을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내용을 준용하면, 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발송 규제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용훈 국회 외통위 전문위원은 관련 법률 검토보고서에서 "(대북전단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권과 재산권을 위협한다는 측면에서 이를 규제하고자 하는 개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고 밝혔다.
발의된 법안에 대한 세부 논의는 필요하다. 남북교류협력법을 통해 전단 살포 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법 체계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어서다. 예를 들어 송 의원이 발의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남북 합의에 따라 금지한 사항(확성기 방송, 전단 살포 행위 등)을 당국뿐 아니라 국민들도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2018년 판문점 선언 등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못한 상황인데, 해당 법안의 법적 효력이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이 제기된다.
외통위 관계자는 "대북전단 문제는 10년 넘게 논의해도 '표현의 자유' 문제에 가로 막혀 진전이 없던 사안"이라며 "국민적 공감대와 여야 간 합의가 없으면 법안 개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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