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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자정기능 상실… '최숙현' 재발 막으려면 정부가 나서 뜯어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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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자정기능 상실… '최숙현' 재발 막으려면 정부가 나서 뜯어고쳐야”

입력
2020.08.05 09:40
수정
2020.08.05 15:3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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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인권 전문가 문경란 전 스포츠혁신위원장

[저작권 한국일보]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고 최숙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인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고 최숙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인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가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최숙현 선수 소식에 며칠 밤을 못잤어요. 체육계는 스스로 사태를 해결할 자정기능을 상실했다고 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혁신위) 위원장을 역임한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에게 지난 몇주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지난해 '쇼트트랙 미투' 사건으로 드러난 스포츠계의 폭력 관행과 성폭력 비위를 막기 위해 1년간 혁신위원들이 밤낮으로 머리를 맞댔건만, 이번엔 20대 초반의 최 선수가 꽃을 피우지도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7차례 권고안, 52개 과제를 발굴했지만 스포츠계 반발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올해 1월 활동을 끝냈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계 스스로 곪은 부위를 도려낼 가망이 없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은 그는 4월 스포츠인권연구소를 만들어, 혁신을 위해 다시 팔을 걷었다.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문 대표는 "(최 선수의 죽음은) 이제는 정말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어린 선수가 우리 사회에 던진 마지막 경고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통렬히 반성하고, 한국 사회에서 스포츠의 의미와 비전을 재정립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인 출신인 문 대표는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위촉되며 인권활동가로 변신했다. 인권위가 국가보안법과 사형제 폐지 등을 추진할 때, 스포츠계 인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람이 바로 문 대표였다. 전국 중ㆍ고등학교 학생선수 실태조사, 스포츠인권 가이드라인 헌장 발표 등을 주도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2월 혁신위원장에 선임돼 '운동부 합숙소 폐지'나 '주중 대회 금지' 등 혁신적 권고안들을 내놓았지만, 매번 스포츠계로부터 "현장을 모르는 비체육인의 주장"이라는 비아냥을 듣곤 했다. 특히 2차 권고안 때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등 선수 출신 유명 체육계 인사들이 앞장서 문 대표의 개혁안을 공개 반대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혁신위 개혁안이 단순히 '개선안'이었으면 저항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바꾸는 '혁신'이었기 때문에 비판 아닌 비난을 받기 일쑤였다"고 전했다.

고 최숙현 선수가 숨진 당일날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 내용. SNS 캡처

고 최숙현 선수가 숨진 당일날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카톡 내용. SNS 캡처


이런 '체육계 카르텔'이 결정적 고비마다 혁신을 좌초시켰기 때문에, 각종 폭행 및 성폭력 사건이 반복됨에도 스포츠계의 곪은 관행이 반복됐다는 게 문 대표의 분석이다. △피해자를 보호할 신고 시스템 부재 △묵인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인적 카르텔 △성적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국가적 비전 탓에, 가해자에 대한 '꼬리 자르기'만 있었을 뿐 시스템 자체를 뜯어고치는 일은 늘 뒷전으로 밀렸다는 얘기다. 그는 "스포츠계처럼 30년 넘게 인권 유린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곳은 없다"면서 "성적지상주의에서 비롯된 억압적 분위기, 버텨야 실력이 오른다는 비과학적 믿음, 불만을 표현하기 어려운 폐쇄적 구조를 다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5일 출범한 스포츠 비리 근절 전담기구 '스포츠윤리센터'에 대해서도 우려와 당부의 목소리를 전했다. 새 기구가 설치됐어도 선수들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이상, 기존의 대한체육회 조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얘기다. 문 대표는 "새로운 센터는 365일 24시간 선수들이 신고하고 도움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문체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는 곳이 돼야 한다"며 "아동복지법처럼 인권침해 사항 발견시 신고를 의무화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고 최숙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인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고 최숙현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대표인 문경란 스포츠인권연구소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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