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를 월세나 반전세로 돌리는 사례가 급증할 거란 우려가 제기되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월세전환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임대인이 얻는 월세 수익을 최대한 낮춰 서민 주거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전월세전환율은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고 강제성 있는 규정이 아니라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3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되는 비율을 뜻하는 전월세전환율의 상한선은 '기준금리+3.5%'다. 현 기준금리 0.5%를 적용하면 현재 전월세전환율은 4%인 셈이다.
가령 A씨가 4억원짜리 전세를 보증금 2억원짜리 월세로 전환할 때 4%를 적용하면 1년에 800만원(2억원*0.04), 월 67만원 정도를 내야 한다. 만약 새 임대차법에 따른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5%)을 적용하면 월세는 67만원에서 73만원 정도로 더 올라갈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정치권 등에선 전환율을 4%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그런 부분이 부작용이라면 (전월세전환율을 더 낮추는 것을) 추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 출석해 "이 비율이 만들어질 당시 기준금리는 2.5%였는데, 지금 이 기준이 적절한지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약 A씨 사례에서 전월세전환율을 4%가 아닌 3%로 낮춰 적용하면 월세는 67만원에서 50만원 가량으로 줄 수 있다.
하지만 전환율이 낮아진다 해도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전월세전환율은 기존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법적 기준이어서 신규 임대 계약을 맺을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임대차 3법 역시 마찬가지다. 세입자의 갱신청구로 계약이 2년 늘어나더라도 세입자 동의가 없으면 전세를 월세로 돌릴 수 없지만 2년 후 새 세입자와 계약을 하면 전월세 상한제(5%)나 전월세전환율(4%) 모두 적용 받지 않고 마음대로 월세전환이나 인상이 가능하다.
더구나 전월세전환율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민법의 특별법 형태여서 행정 제재를 가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인 간 권리를 주장하는 근거가 될 뿐이다. 전월세전환율이 부당하게 책정됐을 때 세입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가져가거나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
실제로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전월세전환율은 5.9%에 달한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도 상한선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서울은 5%로 상대적으로 낮지만 경북은 8.6%에 달하는 등 지방으로 갈수록 전환율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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