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SNS
편집자주
2020년대 지구적 사회 변동의 탐색을 통해 세계와 한국의 미래를 생각합니다. 매주 화요일 <한국일보> 에 연재됩니다. 한국일보>
21세기에 들어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ㆍSocial Network Service)만큼 우리 일상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국민의 SNS 이용률은 2011년 16.8%에서 2018년 48.2%로 크게 늘었다. 절반에 가까운 국민이 페이스북 등 SNS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 SNS는 많은 이들에게 아주 가까운 친구 중 하나다.
SNS를 읽는 법
SNS는 정보사회의 도래가 가져온 결과다.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월드와이드웹의 산물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SNS는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 공유, 그리고 인맥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말한다. 초창기에 SNS는 커뮤니티,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가리켰다.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에는 모바일 인터넷에 기반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을 주로 지칭한다.
SNS와 ‘소셜 미디어’의 관계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는 SNS보다 좀 더 포괄적이다. 개방·참여·공유를 내건 웹2.0 시대의 소셜 네트워크 기반 위에 구축된 온라인 플랫폼이 소셜 미디어다. SNS는 이 소셜 미디어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유튜브와 카카오톡 오픈 채팅은 소셜 미디어에 포함시킬 수 있다.
SNS 사용 실태는 SNS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2018년 8월 기준 월 실제 사용자(monthly active users)는 페이스북 22억, 인스타그램 10억, 트위터 3억 6천6백만을 기록했다. 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가 40억 명 정도인 것을 고려할 때,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것은 최근에 들어와 유튜브의 약진이 두드러진 반면 페이스북의 성장은 둔화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여전히 왕국을 이루고 있다. 페이스북이 소유한 소셜 미디어 앱은 페이스북, 왓츠앱, 메신저, 인스타그램 4개다. 이 4개 앱의 전체 사용자는 중복을 포함해 58억 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SNS를 사회과학은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언론학자 이재현은 ‘SNS의 열 가지 얼굴’(2013)에서 SNS를 보는 10개의 관점을 제시했다. 그것은 크게 5개의 기존의 관점과 5개의 새로운 관점으로 나누어진다.
기존의 5개 관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마케팅 도구’로서의 SNS다. 두 번째는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SNS다. 세 번째는 ‘사회 관계망’으로서의 SNS다. 네 번째는 ‘권력 행사의 장’으로서의 SNS다. 다섯 번째는 ‘연산 가능한 사회현상’으로서의 SNS다. 마지막 관점이 함의하는 바는, 기성 사회과학에서 다루지 못했던 대규모 데이터를 컴퓨터로 연산함으로써 독특한 규칙성과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SNS는 빅데이터의 유력한 소스 중 하나다.
새로운 5개의 관점은 ‘재매개’, ‘텍스트 확장 및 환유’, ‘에크프라시스’, ‘비장소’, ‘문화 소프트웨어’로서의 SNS를 지칭한다. 여기서 재매개는 하나의 미디어가 다른 미디어의 인터페이스, 표상양식, 사회적 인식을 차용하고, 나아가 개선하는 미디어 논리를 말한다. 그리고 디지털 에크프라시스는 멀티미디어 전반을 언어적으로 표상하는 관습을 뜻한다. 한편 비장소는 전통적인 장소의 요건인 관계성, 역사성, 정체성을 갖지 못하는 곳을 의미한다.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SNS는 세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네트워킹, 커뮤니케이션, 미디어 공유 기능이 그것이다. 사회학적으로 풀어 보면, SNS는 우리 인간의 관계를, 소통을, 일상을 바꾼다. 2010년 기업가 클라라 샤이는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한 비즈니스와 마케팅을 선구적으로 분석한 ‘페이스북 시대’를 펴냈다. 10년이 지난 현재, 인류가 ‘SNS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2020년대와 SNS의 미래
페이스북이 등장한 것은 2004년이었다. 유튜브는 2005년, 트위터는 2006년에 등장했다. 2020년 현재의 시점에서 이들이 갖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SNS는 단시간 안에 우리 삶과 사회를 크게 변화시켜온 셈이다.
SNS가 미친 영향은 사회 전영역에 걸쳐 있다. 마케팅과 광고, 그리고 정치 캠페인과 홍보에서 SNS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을 요하는 것은 공론장의 변화다. 철학자 리 매킨타이어가 지적하듯, SNS를 포함한 소셜 미디어가 새로운 뉴스 매체로 떠오르면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지는 ‘탈진실’의 시대적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매킨타이어는 ‘포스트트루스’(2018)에서 말한다.
“사람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전통 미디어의 사실 정보 대신 정확성이 검증되지 않았더라도 자신이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는 ‘뉴스’ 기사만 클릭할 수 있게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확증 편향을 강화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 관심 있는 사건에 대해 소셜 미디어의 ‘친구’들이 끊임없이 할 말을 쏟아내는데 굳이 신문을 구독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62%가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확인하고, 그 가운데 71%는 페이스북에서 확인한다고 응답했다. 다시 말해, 미국 성인 중 44%는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은 양극화된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이른바 ‘뉴스 사일로화’의 결과를 낳는다.
2020년대에 SNS의 미래는 그렇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10여 년이란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 인기를 누리게 된 가장 중요한 까닭은 SNS가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충족시켜준다는 데 있다. 그것은 인정 및 소통 욕구다. 우리 인간은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어 한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통찰했듯, “인간들은 자신과 타인에게 의미 있는 말을 건넬 수 있는 경우에만 유의미성을 경험할 수 있다.” SNS 글쓰기의 대상은 둘이다. 하나는 타인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다. 자신과 타인에게 말을 걸어 존재를 증거하려는 인정 및 소통의 욕구를 거부할 수 없는 한, SNS 시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하여 주목할 것은 개방·참여·공유라는 정보사회의 거시적 흐름이다. 이러한 도도한 흐름 속 SNS로 인한 정보의 양극화와 가짜 뉴스의 범람, 그리고 그 결과로서의 포스트트루스 경향의 강화는 SNS 시대의 그늘을 이룰 것이다. 이러한 그늘에 맞서서 민주적 공론장을 위한 제도개혁과 일상적 실천을 도모해야하는 것은 우리 인류에게 부여된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사회와 SNS
우리 사회에서 SNS는 미국 등 서구 사회 못지않게 그 출발부터 작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는 기성 공론장에 맞서는 새로운 공론장의 등장을 알렸고, 여론과 정치사회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이러한 과정을 나는 공론장의 ‘제2차 분화’라고 이름 지은 적이 있다. 신문과 방송으로 대표되는 기성 오프라인 공론장에 대응해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온라인 매체들이 등장한 것을 공론장의 ‘제1차 분화’라고 한다면, 스마트폰 보급으로 SNS 공론장이 활성화되면서 온라인 공론장이 다시 한 번 분화하는 것을 ‘제2차 분화’라고 명명했다.
이 공론장의 제2차 분화에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SNS 공론장은 시간과 공간의 구속을 벗어난 ‘유비쿼터스 공론장’이다. 언제든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실재의 장소에서 벗어나 가상의 공간에 자유롭게 접속함으로써 새로운 소통을 활성화하고 여론을 형성한다.
둘째, SNS 공론장은 심미적 공론장으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심미적 공론장은 기존의 숙의적 공론장, 대항적 공론장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심미적 공론장에서는 개인의 정체성, 내러티브, 유희, 감수성, 이미지가 특히 중시된다. 이 심미적 공론장은 개인적 흥미와 사적인 이야기가 한층 강화된 특징을 보여준다.
이러한 SNS 공론장이 긍정적 측면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SNS 공론장은 특히 정치적 이슈에 대해선 보수 대 진보로 양극화돼 있고, 적지 않은 경우 배타적인 진영 논리를 재생산하는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SNS 공론장은 아래로부터의 공론장이다. 이 민주적 공론장이 바로 그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면, 이를 그대로 놓아둘 순 없다. SNS 공론장의 민주적 자기 계몽이 더없이 중요한 시점에 우리 사회는 도달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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