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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 이래서 여비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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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다보면 그럴 수 있지, 이래서 여비서는 안 돼"

입력
2020.07.31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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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페미, 여성 보좌진 35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2차가해·사상검증…"성차별적 인사권력 때문" 지적

국회페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국회페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국회 여성 근로자로 구성된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 이후 국회 내에서 공공연히 2차가해와 사상검증이 이뤄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31일 밝혔다.

국회페미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사태 후 여성 보좌진 35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다수 응답자가 사건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인 여성 비서의 탓으로 돌리는 발언 및 '펜스룰' 사례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래서 여비서는 뽑으면 안 된다", "성폭력이 아니라 불륜", "정치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 등의 발언이 나왔다. 아울러 면접에서 "'박원순·안희정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고 물으며 사상검증을 한다는 제보도 있었다. 보좌진 및 당원 단체대화방에서 피해자의 신상을 캐내려는 시도를 목격했다는 응답도 다수였다.

응답자들은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해 공통적으로 '인맥으로 이뤄지는 성차별적이고 불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꼽았다. 남성 보좌관이 친한 남성 비서를 데려와 빠른 진급을 시켜주는 등 '인사 권력'을 대물림하기 때문에 여성 보좌진은 불합리한 상황이 닥쳐도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역시 '채용 및 승진 과정의 투명성 보장'을 지목했다. 한 활동가는 "국회가 성별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으로 채용, 직무를 맡아 평가하는 구조였다면 훨씬 더 많은 여성이 능력을 발휘해 보좌관까지 올랐을 것"이라며 "여성 역량과 발언권을 제한해 의도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가두는 조직 문화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페미는 오는 8월 한 달간 '위력에 의한 성폭력 근절 캠페인'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는 '일터로서 성평등한 국회 만들기' 세 번째 캠페인이다. 앞서 여성에게 사무실 허드렛일을 강요하는 전근대적 관행 관련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맛입니까', 유리천장 실태를 고발하는 '여자는 보좌관하면 안 되나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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