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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김씨, 군에 7차례 포착됐는데 어떻게 1시간 42분 만에 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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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김씨, 군에 7차례 포착됐는데 어떻게 1시간 42분 만에 월북?

입력
2020.07.31 15:51
수정
2020.07.31 20:38
6면
0 0

군, 감시장비 포착했으나 식별 어렵고 북한 주민 판단
북측 경계용 감시장비 한계도

재입북한 탈북민 김모씨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앞 초소가 인적 없이 조용하다. 뉴스1

재입북한 탈북민 김모씨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 앞 초소가 인적 없이 조용하다. 뉴스1


재입북한 탈북민 김모(24)씨가 지난 18일 새벽 강화도에서 배수로를 통해 한강 하구로 빠져나가 ‘헤엄 월북’을 완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시간 42분이었다. 이 과정은 군 감시장비에 총 7차례나 포착됐다. 그러나 군은 북한 보도가 있기 전까지 1주일 넘게 이 사실을 몰랐다. 김씨 월북 길을 열어준 ‘철책 밑 배수로’는 노후했지만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의 경계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합동참모본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비태세검열 결과를 발표했다. 지휘 책임이 있는 해병대사령관과 수도군단장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관할 지역 책임자인 해병대 2사단장을 보직 해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던 김씨는 18일 오전 2시 18분쯤 택시를 타고 인천 강화군 연미정 인근에 하차했다. 이후 배수로 이동(2시 34분)→한강 입수(2시 46분)→헤엄쳐 북한 땅 도착(오전 4시) 순으로 월북에 성공했다. 당시 비는 내리지 않았다. 달이 밝지 않은 무월광(無月光) 상태로, 시계(視界)는 3㎞ 정도였다고 합참은 설명했다.



월북 과정에서 김씨는 군의 근거리 및 중거리 감시카메라 5회, 열상감지장비(TOD) 2회 등 총 7회나 포착됐다. 특히 김씨가 택시에서 내려 이동하는 장면은 200m 거리에 있던 민간인통제선 초소 근무자가 육안으로 확인했지만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근무병은 조사에서 ‘새벽 2시에도 마을 주민들이 택시에서 내리는 경우가 있어 의아하게 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군이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김씨의 월북은 급물살을 탔다. 연미정 인근 철책 아래 배수로(가로 184㎝ㆍ세로176㎝ㆍ길이 5.5m)에 도착한 김씨는 배수로 오른쪽 35~40㎝ 정도의 틈을 통해 탈출에 성공했다. 철근 장애물 10여개와 윤형(바퀴형) 철조망이 있었지만 노후해 옆으로 밀어내는 데 무리는 없었다.

탈북민 김모씨(24)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에서 주민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탈북민 김모씨(24)의 월북 경로로 추정되는 인천 강화군 월곶리 인근의 한 배수로에서 주민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조류를 타고 헤엄을 친 김씨는 1시간 14분 만에 강화도 건너편 북한 땅을 밟았다. 헤엄을 치는 과정도 감시 장비에 찍혔지만 스티로폼을 비롯한 부유물과 함께 떠내려간 탓에 식별하기 힘들었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실제 이날 합참이 취재진에게 공개한 영상을 보면 헤엄을 치며 이동하는 김씨는 부유물과 구분하기 어려웠다. 다만 뭍으로 나온 김씨 모습이 TOD에 포착됐지만 군은 북한 주민으로 오인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합참은 조사 과정에서 사건 당일 연미정 인근을 비추는 TOD 영상이 저장되지 않은 사실도 파악했다. 해당 장비의 녹화 기능에 이상을 느낀 담당자가 저장 용량 문제로 판단해 해당 영상을 지운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 관계자는 “영상을 지운 시점은 월북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23일인 데다 조사 결과 고의도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해당 장비는 전방을 비추기 때문에 측면에서 이동하는 김씨를 포착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민간인이 접근 가능한 철책 인근은 물론 부대 수문과 배수로를 일제 점검하고 취약점을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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