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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간부끼리 폭행, 이러고도 국민 신뢰 바라나

입력
2020.07.31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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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29일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29일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검언 유착 수사 중 벌어진 검사들의 육탄전은 갈 데까지 간 검찰의 막장을 드러냈다. 한동훈 검사장과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은 29일 몸싸움 뒤 서로 맞고소했고, 병원에 드러누운 사진까지 공개했다. 한 검사장은 30일 채널A와의 공모 의혹을 제기한 KBS와 검언 유착 수사팀의 연루가 의심된다며 검찰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 검언 유착 수사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전선의 싸움이라는 정치적 의미만 점점 더 부각되고, 수사의 본류는 길을 잃고 있다. 검찰이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다.

한 검사장의 휴대폰 유심 압수가 몸싸움으로 번진 것은 검언 유착 수사팀의 조바심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많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24일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과 불기소를 의결했고, 법원은 이 전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이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 검사장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수사팀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수사심의위 결정을 정면으로 거슬러 압수수색을 집행한 것부터 문제다. 수사팀은 수사가 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 수사심의위가 열린 것이 문제라고 항변하지만,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가 도움이 되지는 않을 터다.

검언 유착 수사의 의미는 검찰과 언론이 성과에만 집착해 엉뚱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을 막고 두 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에 있다. 하지만 폭력으로 얼룩진 압수수색은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하고, 절차와 인권에 둔감하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수사팀은 더 이상 무리수를 두어서는 안 된다. 수사심의위에서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권고를 의결한 것은 수사팀이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빠른 시일 내에 추가 증거를 찾지 못하면 이 전 기자의 혐의 규명에 집중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것이 마땅하다. 한 검사장도 떳떳하다면 남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게 옳다. 이번 폭행 사건은 서울고검의 감찰로 넘어간 만큼, 조만간 부임할 서울고검장이 엄정하게 책임을 가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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