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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코로나 감염자 폭증에도 우한처럼 봉쇄 못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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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코로나 감염자 폭증에도 우한처럼 봉쇄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20.07.30 15:30
수정
2020.07.30 15:40
0 0

8일 연속 확진 100명 웃돌아... 누적 3000명 넘어
열악한 주거환경, 좁은 거주공간... 자택격리 악몽
성장ㆍ실업률 등 경제지표 최악에 이동 차단 곤란
보안법 성난 민심 폭발할 수도...中도 역할 제한

홍콩 시민이 29일 거리에 주차한 차 안에서 식사하고 있다. 이날부터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모든 식당에 테이크아웃 영업만 허용했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시민이 29일 거리에 주차한 차 안에서 식사하고 있다. 이날부터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모든 식당에 테이크아웃 영업만 허용했다. 홍콩=AFP 연합뉴스


‘도시 봉쇄와 이동 차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맞선 중국의 대처법이다. 하지만 홍콩은 예외다. 확진자 폭증세가 뚜렷한데도 중국이나 홍콩 정부 모두 최고 수위의 방역조치는 꺼리고 있다.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밀어붙이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9월 입법회(우리의 국회) 의원 선거까지 연기하려는 위기 상황에서 홍콩은 왜 극약 처방에 주저하는 것일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전날까지 8일 연속 홍콩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명을 웃돌아 누적 환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중국이 1월 후베이성 우한시, 4월 헤이룽장성 하얼빈시를 봉쇄할 때보다 전염병 확산세가 가파르다. 두 도시 모두 홍콩보다 인구가 300만명 이상 많고 면적도 훨씬 넓은 곳이다. 홍콩은 모임 인원 제한을 4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마스크 의무착용 장소를 대중교통에서 실내공공장소, 다시 모든 외부공간으로 확장하는 등 조치를 강화하면서도 시민들의 집밖 출입을 막지는 않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홍콩의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이다. 이웃과 화장실을 함께 사용하거나, 반대로 개인화장실이 있더라도 원룸에 사는 시민이 20만명을 넘는다. 이들에게 자택에서 격리하라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비현실적인 처사다. 민주파 소속 페르난도 청 입법회 의원은 블룸버그통신에 “주거지를 봉쇄하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자료 : shrinkthatfootprint.com

자료 : shrinkthatfootprint.com


홍콩의 거주 면적은 전 세계 최저 수준이다. 홍콩의 신축 주택 평균 넓이는 484제곱피트로 영국(818제곱피트)의 57%, 일본(1,023제곱피트)의 47%에 불과하다. 농촌을 제외한 중국의 도시인구(646제곱피트)보다도 좁은 공간에 살고 있다. 140만명에 달하는 극빈층을 포함해 상당수 시민들은 냉장고가 너무 작아 일주일 치 식량조차 비축하기 어렵다. 온라인 식료품 주문도 홍콩에서는 보편적이지 않다. 버나드 찬 홍콩 행정의회 의장은 “자택 격리는 악몽”이라며 “감염 위험에 노출된 밖으로 나가서 먹을 것을 사와야 하는 빽빽한 환경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불황에 시민들의 경제활동을 제한하기도 곤란한 처지다. 홍콩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9.0%에 그쳐 1분기(-9.1%)에 이어 1974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달 실업률은 6.2%로 치솟아 15년 만에 가장 높았다. 홍콩보안법 시행으로 정치적 자유 박탈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이동의 자유까지 틀어막았다간 반정부 시위에 불을 지필 우려도 있다.

이에 중국 호흡기질환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는 “홍콩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신화통신은 “마스크와 방역물자를 신속히 지원해 중국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의 개입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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