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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는 삼립 통해 거래하세요" 414억원 '통행세' 챙긴 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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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는 삼립 통해 거래하세요" 414억원 '통행세' 챙긴 SPC

입력
2020.07.29 14:30
수정
2020.07.29 16: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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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그룹 허영인 회장·경영진 검찰 고발

계열사 간의 원재료 거래 과정에서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중간에 끼워 넣어 이른바 ‘통행세’를 걷게 한 SPC 그룹 허영인 회장과 경영진이 검찰에 고발된다. SPC 법인에는 647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SPC는 다른 계열사 주식을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삼립)에 저가로 넘기고, 삼립이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SPC 계열사들이 삼립을 장기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과징금 647억원을 부과하고, 허영인 회장 등 경영진 3명과 파리크라상 등 3개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정진욱 기업집단국장은 “7년간 지원 행위로 삼립에 414억원의 이익이 제공됐으며, 원재료 시장이 봉쇄돼 중소기업의 경쟁기반이 침해됐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다.

SPC 그룹 계열사 간 원재료, 완제품 거래 과정에서의 통행세 수취 구조. 공겅거래위원회 제공

SPC 그룹 계열사 간 원재료, 완제품 거래 과정에서의 통행세 수취 구조. 공겅거래위원회 제공


"아무 역할도 안 한 삼립, 통행세 9% 걷어"

공정위에 따르면 파리크라상과 에스피엘, 비알코리아 등 SPC의 3개 제빵 계열사는 2013년 9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약 5년에 걸쳐 밀다원, 에그팜 등 8개 생산 계열사가 생산한 밀가루, 계란(액란) 등 210개 제품, 4,895억원어치를 삼립을 통해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재고관리, 물류, 검수 등 중간 유통업체가 수행해야 할 역할을 삼립이 하지 않고도 제품당 평균 9%의 마진을 올리는 ‘통행세’를 걷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예를 들어 삼립은 2017년 강력분과 액란을 각각 740원, 8,307원에 사들인 뒤 파리크라상에 779원, 8,899원에 팔았다. 이런 통행세가 자연스레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또 SPC는 이런 행위가 부당지원임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기 위해 허 회장 주도로 △삼립의 표면적 역할을 만들고 △단가 비교가 어렵도록 의도적 가격 차별을 두고 △계열사 판매 단가를 다른 업체 단가보다 높게 설정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삼립 측은 생산자회사 제품의 연구개발(R&D)을 주도하고 계열사간 주문 시스템을 만드는 등 유통업체의 역할을 했다고 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혜영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지만 그 이전과 주문 프로세스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역할이 없었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상표권 무상 제공, 계열사 주식도 저가로 넘겨

SPC는 계열사인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보유하던 밀다원 주식을 삼립에 저가로 양도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공정위에 따르면 파리크라상과 샤니는 2014년 법인세 신고를 하면서 밀다원의 정상 가격이 404원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주당 255원에 거래됐다. 이를 통해 삼립이 20억원의 이익을 봤다는 설명이다.

샤니가 보유하고 있던 판매, R&D 부문의 판매망은 정상가격(40억6,000억원)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28억5,000원에 삼립에 양도했다. 삼립은 샤니의 상표권을 8년간 무상으로 쓰는 방식으로 9,700만원의 부당 이익을 얻기도 했다.

SPC그룹 지분도. 2018년 말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SPC그룹 지분도. 2018년 말 기준.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2세 승계 포석" vs "단순 수직계열화"

공정위는 이런 행위들이 SPC의 2세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삼립은 허 회장(9.3%)과 아들 두 명(22.9%)이 30% 이상, 지주회사격인 파리크라상이 40.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 7년간 계열사로부터 영업이익의 약 25%인 414억원을 지원받은 삼립은 재무상태 호전에 따라 주가도 올랐다. 삼립 주가 2011년 4월 약 1만3,000원에서 2015년 8월 41만1,500원까지 상승했다.

정 국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파리크라상의 2세 지분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며 “삼립의 주가를 높인 뒤 2세들이 보유한 삼립 주식을 파리크라상 주식과 바꾸는 방법으로 2세 지분을 높이려면 삼립 매출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SPC 관계자는 “판매망과 지분 양도는 외부 기관 자문을 거쳐 객관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계열사간 거래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직계열화 전략이었다”며 “의결서가 도착하면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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