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나 아니면 이길 수 없는 상황 땐 친문이 우군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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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나 아니면 이길 수 없는 상황 땐 친문이 우군되지 않겠나”

입력
2020.07.28 20:00
수정
2020.07.29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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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판결로 족쇄 풀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저작권 한국일보] 이재명 경기지사가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 철학과 정책 소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지난 16일 대법원에서 직권남용 및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사법적 족쇄가 풀린 이재명 경기지사의 수직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 진보 진영 대선 잠룡 2위를 달리던 그가 대법 선고 이후 지지율 20%를 넘기면서 대선 판도에 지각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 20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1ㆍ2위 격차는 4.6%포인트. 지난 2년간 안정적 1위를 달리던 이낙연 의원을 오차범위 내까지 따라잡은 차기 주자는 이 지사가 처음이다.

그의 부상을 놓고 ‘대법원 판결’ 컨벤션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기본소득 논쟁, 코로나19 방역 국면을 거치면서 ‘일 잘하고 결단력 있는 지자체장’이라는 이미지가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은 주자가 아직 없다는 점도 그의 존재감을 높이는 배경이다. 최근 이 지사가 했던 ‘서울ㆍ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무공천’ 주장에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달라진 정치적 무게감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현역 지자체장인 만큼 정치 얘기를 할 수 없음을 이해해달라는 이 지사를 27일 경기도청 사무실에서 만나 정치 철학과 정책 소신, 향후 대선 행보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얼마 전 한 정치 유튜브 방송에 나가 ‘서울ㆍ부산시장 무공천’ 발언에 대해서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러면 내년 재보선에 두 군데 다 공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바뀐 건가.

“애초 발언 취지는 ‘대국민 약속은 지켜야 된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고 현실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천해야 한다면 최소한 석고대죄 수준의 엄중한 대국민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입장은 지금도 똑같다. 다만 상대 진영이 제 발언을 민주당이 공천을 못하게 하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내 잘못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민주당이 시민사회 진영과 공동으로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논란을 피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과거 박원순 서울시장도 민주당 공천 케이스가 아니었다(※박 전 시장은 2011년 무소속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뒤 이듬해 민주통합당에 입당했다). 개인적으로는 지자체장 공천은 당보다는 일반 시민들의 의사가 더 많이 반영되는 게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울ㆍ부산 모두 성범죄로 보궐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여성 후보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를 더 늘려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겪고 있는 특수 상황들도 여성 후보를 배려해야 될 하나의 요인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박 전 시장 장례 과정에서 ‘공은 공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공개적이고 대대적인 애도는 2차 가해’라는 비판론도 나왔다. 어느 쪽 입장인가.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지만 충분한 진상규명을 하는 것도 책임을 묻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쌓아온 박 전 시장의 성과들을 무시하거나 백안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작권 한국일보] 이재명 경기지사가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 철학과 정책 소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대법원 선고 전 “인생의 황혼 녘에서 경제적 사형은 두렵다”고 심경을 표했다. 유죄가 선고됐더라면 선거보전금 38억원을 토해낼 뻔했다. 무죄 선고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나.

“당연히 무죄라고 생각했지만, 아주 적은 가능성이라도 그게 가지고 올 후과가 너무 컸다. 정치는 안 하면 그만이지만, 제 아내는 갑자기 신용불량 남편을 먹여 살려야 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 소관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엄청나게 불안했다.”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정치인이 TV토론에 나와 거짓말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가 성립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표라는 것은 적극적으로 드러내 알리는 공개 발표의 준말이다. 상대 후보가 멀쩡한 친형을 직권을 남용해 불법적으로 강제입원시키려고 했다고 하니 그건 아니라고 한 게 허위 사실 공표가 될 순 없다. 또 생방송 토론에서 한 말이 사실과 어긋난다고 해서 거짓말이라고 단정해버리면 형사사법 권력의 자의적 개입을 허용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욕설이 담긴 가족과의 통화 내용은 정치인으로서 안 좋은 인상을 남겼다. “더 이상 가족사가 공적인 의제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바람대로 될까.

“어머니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을 하는 상황에서도 ‘형님 왜 그러셨습니까?’, 그러고 말았으면 딱 좋은데 인내하지 못한 제 부족함이 있다. 이제 어머니도 가시고 형님도 가셨다. 사법적으로 종결된 일이니까 개인사는 개인사대로, 공인에 대한 평가는 공적 업무로 해줬으면 좋겠다.”

-공정을 강조하고 약자에 관심이 많지만 스스로 보수에 가깝다고 말하는 등 전통적 진보와는 다른 모습이다.

“난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주의자다. 우리 사회 기준에 의하면 진보처럼 보이겠지만 합법, 준법, 질서, 약속을 중시하고 그것만 잘 지켜도 우리 사회가 엄청나게 발전할 거라고 믿는 사람이다.”

-계곡 불법영업 단속을 1년 만에 마무리했고, 코로나가 한창일 때 신천지 교회 상대로 강제 행정력을 동원해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행정의 지나친 개입은 후진국형 리더십 아니냐 얘기도 나온다.

“강압적 수단인 공권력을 담보로 협상하되 합리적 대책을 만들어 퇴로도 제시했다. 이면의 보완 대책이나 협상은 눈에 잘 안 띄니까 과격하고 즉흥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는 매우 치밀하게 2안, 3안까지 준비해서 실행한다.”

-그동안 여당 내에선 아웃사이더로 분류돼왔다. 하지만 대법원 선고 이후에는 지지율이 20%에 육박하면서 정치적 무게감이 달라졌다. 변화를 실감하나.

“많이 불편해졌다. 제 발언이나 행동을 놓고 분석까지 하는 상황이 되니까 매우 조심스럽다. 저는 변한 게 없는데 보는 시각이 많이 변한 걸 느낀다.”

-이낙연 의원과 격차가 좁혀져 대선 후보 1, 2위 샅바 싸움이 시작됐다는 말도 나왔다. 이 의원에 비해서 자신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작지만 눈에 보이는 성과다. 반면 임명직은 자기 완결성이 없어 본인이 직접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위치다. 유력 당권 주자로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국민들 눈에 잘 띄니까 유리한 측면도 있긴 하지만 그 점에선 이낙연 의원님이 조금 불리할 수 있다.”

-대선 주자인 이 의원이 7개월 임기 당 대표에 출마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본인의 선택이고 결정인데 제3자인 제가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당원과 국민이 평가할 부분이다.”

-전당대회 ‘김부겸-이재명 연대설’이 나오는데 마침 오늘 오전 김부겸 의원을 만났다.

“전국 순회를 다니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을 만나러 오신 김에 잠시 들른 거다. 왔는데 저를 안 보고 가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2006년 성남시장 재보선 출마 때 공천을 준 사람이 당시 김부겸 경기도 공심위원장이었다. 조금이라도 마음의 교류가 없는가.

“제가 돕는다고 도움이 되겠나. 저는 당에서 외톨이이고 배제 당하는 사람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세력과 관계가 좋지 않다.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 의원 또는 지지자 집단은 정말 다양하다. 그 중에서 ‘이재명은 죽어도 안 돼’라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원래 대감 집에 가면 분탕질 하는 머슴이 하나씩 있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한테 소리 지르고 겁주고 물 끼얹고 권력을 행사하는 거다. 그런데 그걸 대감집 주인이 좋아하겠나. 이미지만 나빠지는 건데. 원래 그런 사람은 소수다.”

-친문을 우군으로 만들 복안이 있나.

“사람 마음인데 억지로 되겠나. ‘이재명이 우리한테 필요한 존재다’라는 걸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나 내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면 다르겠지만, ‘어려운 상황에 이재명 아니면 이길 수 없다’ 이런 상황이면 지지하지 않겠는가.”


[저작권 한국일보] 이재명 경기지사가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 철학과 정책 소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 국난 시기라면서 천도를 하는 게 맞나.

“시기상으로 마치 부동산 대책용인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했다. ‘수도권 주택 문제가 행정수도 얘기를 해야 될 만큼 심각한가 보다’라는 잘못된 사인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가능성이 많다. 다만 행정수도와 경제수도를 분리해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꼭 필요한 일이다.”

-여당 원내대표가 갑자기 행정수도 이전을 들고 나와 중구난방식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헌법 개정 논의나, 헌법재판소 결정을 바꾸는 논의까지는 안 가면 좋겠다. 미래통합당이 103석인데 헌법 개정이 되겠나. 괜히 논쟁만 하고 실효는 없을 것이다. 목표를 거창하게 잡는 대신 실효적인 대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 수도는 놔두고 행정기관만 순차적으로 옮겨 가면서 실질적으로 제2행정수도로 가는 게 충돌과 갈등을 줄이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길이다.”

-176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줬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달이 찰 때가 가장 위험하다. 오만하고 교만해지기 때문이다. IMF 금융위기 직전 친구 따라 주식에 투자해 큰 돈을 번 적이 있다. 쉽게 돈을 버니 변호사 일도 하기 싫더라. 그러다 주식 시장이 폭락하면서 한번에 다 돈을 날렸다. 달이 차면 기울 일만 남는 법이다.”

-부동산 문제가 난리다. 정부 정책은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정부 정책은 가격을 누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부동산이 돈 버는 데 도움이 된다는 욕망과 이러다가 집 못 사는 것 아닌가 하는 공포가 작동한다. 누른다고 눌러지지가 않는데 여기에 제일 집중하고 있다. 주거용이 아닌 용도로는 못 가지게 하자는 방향으로 가는 게 핵심이다.”

-얼마 전 3기 신도시에서 공급물량의 50% 이상을 무주택자가 30년 이상 장기거주가 가능한 기본주택으로 채우자는 제안을 했다. 기본주택이 부동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이 굳이 집을 안 사고도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기존 영구임대나 공공임대는 안 좋은 위치와 환경에, 작은 평수만 있었다. 그러지 말고 중산층도 살 수 있는 아주 다양한 평수에 민간임대보다는 싸고 적정한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공공택지에 하는 거니까 공공에서 지어서 분양을 하면 가능하다.”


-대법원 판결 나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공정한 세상, 함께 사는 대동세상을 염원한다”고 썼다. 지금 가장 필요한 시대정신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공정함이다. 모든 문제의 원천은 불공정과 격차다. 정부 수립 100년도 안 됐는데 300년 된 노쇠한 나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건 누군가 독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강부약(抑强扶弱ㆍ강한 자를 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을 정치의 본령으로 삼고 있다. 연대하면서 함께 사는 세상이 정치인으로서 제가 지향하는 목표다.”

김영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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