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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청문회 저승사자’ 박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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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청문회 저승사자’ 박지원

입력
2020.07.27 17:2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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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의원 공세에 반박, 맞받아치기, 응수 진풍경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55년 전이면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님은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입니다.”

“전혀 사실무근입니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습니다.”

“지금 성실하게 답변을 드리는데, 북한이 주적이냐 아니냐 왜 자꾸 반복해 물으세요. 광화문에 나가 소리를 지를까요.”

후보자석에 앉은 ‘인사청문회 저승사자’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27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시종 공세적인 자세로 야당 의원들의 의혹제기를 반박하고, 맞받아치고, 응수했다. 자칭 ‘정치 9단’으로 너스레를 섞은 질의를 이어오던 과거 인사청문위원 때 표정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청문회 저격수가 자기 수비에 나선 ‘공수 교대’의 현장이 된 이날 청문회에서는 박 후보자가 야당의 공격수들을 어르고 달래고 따져 묻는 진풍경이 이어졌다.

때 아닌 ‘시절 공방’은 학력위조 의혹 제기 과정에서 빚어졌다.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이날 박 후보자가 전공필수 학점을 채우지 않았다며 단국대 편입 과정에서의 학력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55년 전이면 하 의원은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이라며 “그때의 사회적 개념과 오늘날 21세기의 개념은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분명히 광주교대를 졸업하고 성적표와 졸업증명서를 내서 단국대에 편입을 하고 성실히 수강을 했다”며 “단국대에서 졸업을 하라고 했으니까 했지, 학점이 안되니까 졸업하지 마라 했으면 안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듭 관련 질의가 이어지는 과정에선 고성도 오갔다. 하 의원이 “우리가 판단한 결과 이미 2000년 권력실세였을 때 후보자가 어두운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 단국대를 겁박해 학력위조를 했다”고 말한 대목에서다. 박 후보자는 “질문을 질문답게 해야 답변을 하지 제가 위조하고, 겁박했고, 협박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와의 실랑이 과정에선 “100번 소리를 지르면 되겠냐”는 응수도 튀어 나왔다. 이날 주 원내대표는 과거 박 후보자의 북한인권법 반대 이력을 들어 “우리의 주적이 북한인 것은 틀림이 없냐”는 질문을 거듭했다. 그러자 박 후보자가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면서 평화와 협력, 통일의 대상”이라는 답을 내놨다. 질의를 이어가던 주 원내대표가 한 차례 더 주적을 묻자, 이에 박 후보자는 “성실히 말씀을 드렸는데 기억을 못 하느냐. 여기서 100번 소리 지를까요? 광화문 광장에서 할까요?”란 반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능수능란’과 ‘단언’ 사이를 오가던 박 후보자의 표정이 가장 강경해진 대목은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문건이 등장한 장면이다. 통합당은 박 후보자가 김대중 정부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인 2000년 북한에 경협차관 및 5억 달러 지급을 약속한 비밀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조작된 문서”라며 “어떤 책임도 다 감수하겠다”고 했다. 또 거듭 의혹을 제기한 하 의원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빌리지 말고 밖에 나가서 공식적으로 밝히라”며 “제가 고소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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