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성폭행 사건 관련 연락이 마지막
이달 19일 탈북 첩보 후 연락두절 확인하고도
5일간 신병확보 안 해... 경찰 내부에서도 비판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탈북자 김모(24)씨가 다시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사실이 알려지자, 탈북자 관리 책임을 맡았으면서도 1주일 넘게 이 사실을 몰랐던 경찰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씨는 신변보호가 필요한 탈북자이면서, 동시에 성범죄 수사를 받던 피의자였음에도, 경찰이 소재 파악과 신병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경찰마저 "(늑장 조사라는) 비판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고 반응했다.
27일 경기남부경찰청이 밝힌 김씨의 행적과 이에 따른 경찰 대응 상황을 보면, 김씨 월북 전후의 경찰 대응이 미비했고 때늦었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찰 ,한달간 김씨에게 연락 한 번 안해
우선 경찰은 '다' 등급 신변보호대상자로 분류된 김씨에 대해 장기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처럼 자기 거주지에서 생활하는 탈북자의 경우 법률에 따라 5년간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는다. 경중에 따라 '가' '나' '다' 등급으로 분류되는데, 중요도가 가장 떨어지는 '다' 등급의 경우 한달에 한번 꼴로 전화나 면담을 해야 한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달 21일 이후 김씨에게 단 한차례도 접촉한 적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 접촉을 한 날도 신변보호 업무가 아니라, 김씨의 성폭행 사건 조사를 위해 접촉한 것이었다. 김씨의 지인이라 밝힌 탈북자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평소 신변보호담당관(경찰관)이 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게다가 김씨는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도주 우려가 있어 신병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탈북자였다. 김씨는 지난달 21일 피의자 조사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한 현직 경찰관은 "중대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세심하게 관리하고 소재를 확인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월북 첩보 받고도 어정쩡한 대응
최초 월북 첩보를 접수한 이후의 경찰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김씨의 월북 첩보를 입수한 지 5일 뒤에서야 위치추적 등 신병 확보를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달 19일 김씨의 지인으로부터 "(김씨가) 달러를 바꿨고, 어제 달러를 가지고 북한에 넘어가면 좋겠다면서 교동도에 갔다"는 제보를 받았다. 당일 오전 경찰이 김씨의 신병확보를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김씨의 휴대폰이 꺼져 있어, 김씨의 도주 가능성을 충분히 상정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24일에서야 신병 확보를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에 경찰은 "늑장 대처처럼 보이지만 첩보 후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첩보 접수 다음날 참고인 조사와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그 다음날인 21일 구속영장을 신청해 그날 오후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을 발부받는 등 필요한 형사 사법 절차를 지켰다는 것이다.
탈북자 '월북' 가능성 배제한 느슨함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김씨의 월북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었다면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을 것"이라며 "경찰이 월북이라는 큰 사안에 긴장의 끈을 늦추고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경찰은 월북 첩보와 구인장 발부 등을 군 당국이나 국가정보원 등에 공유하지도 않았다.
경찰은 사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지인의 재입북 관련 제보에 대한 조치사항 등이 적절했는지 조사하겠다"며 "관련 당국과 합동으로 김씨의 재입북 행적수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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