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주의'로 국제 협력 등한시, 고립 자처
코로나 팬데믹에 '소프트파워' 완전 붕괴
"바이든 대통령 돼도 위상 회복 쉽지 않아"
사망자 25만명을 넘길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를 집어 삼키던 5월, 40여개국 정상들이 화상으로 나마 모여 백신 개발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순간”이라고 평했다. 통합ㆍ협력의 가치보다 고립과 이기심을 앞세운 트럼프의 고집 탓에 이미 미국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전문가들은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든 트럼프가 초래한 미국의 ‘소프트파워 붕괴’를 쉽게 복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역사상 최저점으로 진단했다. 4년이 채 안되는 트럼프 재임 기간 글로벌 위기 해결을 주도해온 미국의 협력 리더십이 후퇴해 영향력을 급격히 상실했다는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란 핵 협정(포괄적 공동행동계획ㆍJCPO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다자조약 탈퇴가 균열의 단초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공언하면서 서구사회 안보전략의 핵심 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까지 흔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미국 리더십 붕괴의 결정판이 됐다. 부실 대처로 내부 혼란과 분열을 부추긴 데 더해, 독단적 대응으로 위기 ‘해결사’로서의 지위도 완전히 잃어버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해들리는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력과 소프트파워를 약화시킨 것은 물론, 앞으로도 많은 차질을 빚게 할 것”이리고 비판했다.
이 정도로 미국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상실한 것은 전무후무하다. 1950년대 매카시 열풍, 1970년대 워터게이트 사건, 2000년대 이라크 침공 등 잘못된 판단으로 수세에 몰린 적은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처럼 국제 여론이 삽시간에 악화한 시절은 없다. 여론조사기관 갤럽 조사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취임 1년 만에 미국의 리더십 등급을 20점이나 떨어뜨렸다. 올해 1월 비영리 연구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32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3명 중 2명(64%)이 ‘미국 지도자로서 트럼프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로도 뛰었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은 최근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FP) 기고에서 “국제 협력은 추상적인 얘기가 아니라 국내 노동자 보호와 위협 회피, 재정 위기 관리 등에 도움을 준다”면서 “4년간 너덜너덜해진 동맹을 재건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추락은 쉬워도 다시 정상에 서는 일은 어렵기 마련이다. 트럼프의 대선 맞상대인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진영에서조차 미국의 ‘신뢰 회복’을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선거캠프의 외교정책 고문인 니콜라스 번즈는 “(바이든이 당선돼도) 이미 미국에 믿음을 잃은 동맹국 입장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기억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 달더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장 역시 “(외교적) 수사만 바꾸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오랜 시간 무시된 관계를 다시 결합하고 재건하려면 막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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