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방역체계' 격상하고 마스크 안 쓴 지도부?
향후 김씨를 북한 보건 홍보 선전 도구 활용할 수도
북한이 남쪽에서 재입북한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김모(24)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이 의심된다고 밝힌 지 하루가 지났지만 직접적인 대남 비방은 없었다. 북한 당국이 코로나19 유입의 책임을 묻기 위한 전략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7일 김씨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을 주민들에게 알리며 "개성시에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조성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씨의 재입북 이후 24일부터 전면 봉쇄된 개성에서는 주민들의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검진과 격리 조치가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개성시 안의 주민, 종업원의 검병검진과 격리치료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며 "의약품, 의료용 소모품, 식량, 생활필수품 등을 긴급수송하기 위한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로 국가 비상방역체계 수위를 한층 높인 뒤 주민 통제에만 힘을 쏟고 있다. 신문은 "마스크 착용과 소독사업 등 제정된 방역 규정과 질서를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며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와 통제에 불응하는 대상은 법으로 엄하게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관영ㆍ선전매체를 통해 코로나19 발생에 대한 책임을 남한에 돌리거나 비방하는 모습은 이날까지 관측되지 않았다.
북한의 '대남 침묵'은 감염병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일 수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당국이 김씨를 격리ㆍ조사 중일텐데 진단 능력도 떨어지고 도망자 신분인 김씨의 말도 믿을 수 없어 '의심자'가 아닌 '확진자' 판단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측 보건 당국이 이날 "김씨가 코로나19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적다"고 밝힌 만큼 진단 능력이 떨어지는 북측이 우왕좌왕 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코로나19 유입에 따른 책임을 남측에 돌리기 위한 전략을 짜는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6ㆍ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을 기념하기 위해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등 군 수뇌부에게 '백두산 기념권총'을 수여하는 모습을 공개했는데, 참석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김씨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격상했음에도 지도부가 방역 수칙을 어기는 것은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지는 않다는 얘기가 된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앞으로 김씨를 '선전 도구'로 삼아 대남 비방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7년 북으로 다시 넘어갔던 탈북민 방송인 임지현씨도 우리민족끼리TV 동영상에 등장해 남측에 대한 환멸과 북한 사회 우월성을 육성으로 알린 바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 입장에선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까지 남측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구실이 생긴 것"이라며 "김씨를 활용해 남측의 보건의료체계를 비방하고 북한 의료 시스템의 우월성을 선전하며 주민 결속을 도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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