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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수영 월북’… 軍 1주일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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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수영 월북’… 軍 1주일간 몰랐다

입력
2020.07.26 20:00
수정
2020.07.26 20:01
N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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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코로나 의심 탈북자 3년 만에 귀향”?
20대男 탈북경로 반대방향 헤엄쳐 월북 추정?
軍 해상경계 실패 北이 알려준 꼴, 경찰 책임론도


26일 오전 서울 남산N타워에서 인왕산 너머로 북한 개성 송악산이 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26일 오전 서울 남산N타워에서 인왕산 너머로 북한 개성 송악산이 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북한이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의심자가 월북했다고 보도하면서 통일부는 물론 군 당국이 발칵 뒤집혔다. 조사 결과 3년 전 귀순해 국내 거주 중이던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최근 재입북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재입북 과정에서 20대 탈북민 A씨가 한강 하구를 헤엄쳐 월북했는데도 군이 이를 1주일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허술한 군 경계태세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北 "코로나19 감염 의심자 재입북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개성시에서 악성 비루스(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월남 도주자(탈북민)가 3년 만에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지난 7월 19일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는 보도였다. 구체적인 날짜까지 적시해 탈북민이 개성으로 재입북했다는 주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관련 보고가 올라온 직후인 지난 24일 오후 개성시를 완전 봉쇄했고 구역·지역별로 격폐시키는 '선제적인 대책'을 취했다고도 북한 매체들은 전했다. 또 "해당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하며, 특급경보를 발령할 데 대한 당중앙의 결심을 천명하시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20대 A씨, 한강 하구 헤엄쳐 월북 정황

합동참모본부와 국정원, 통일부는 북한 보도 직후 즉각 사실 확인에 나섰다. 오전 일찍만 해도 "사실 확인 중"이라며 북한 보도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던 정부는 오후 들어 입장을 바꿨다. 특히 합참은 "현재 군은 북 공개 보도와 관련, 일부 인원을 특정해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확인 중"이라며 사실상 특정 탈북민의 재입북 사실을 시인했다.

정부는 2017년 한강 하구를 통해 탈북한 20대 A씨가 재입북했을 것으로 보고있다. 개성에서 중학교까지 나온 A씨는 3년 전 한강 하구를 통해 탈북한 뒤 경기 김포시에 거주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최근 한 탈북민 여성 성폭행 문제로 경찰 수사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A씨가 자신의 탈북 경로였던 한강 하구에서 반대 방향으로 헤엄쳐 월북했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A씨가 강화 교동도 일대를 사전 답사한 정황이 포착됐고, 3년 전 탈북 루트 역시 한강 하구였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6월 김포반도 북단 한강 하구로 귀순한 20대 남성은 나뭇가지와 스티로폼 등을 어깨에 낀 채 한밤중 한강을 헤엄쳐 건넜던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에는 해병 2사단 경계병이 귀순자를 관측장비로 확인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군이 발표도 했다. 당국은 이 남성이 A씨와 동일 인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군 경계태세 허점...북한이 알려준 꼴

군 당국은 한강 하구 지역에 설치된 감시장비의 녹화 영상을 되돌려 보며 구체적 정황을 조사하고 있다. A씨가 재입북한 정황이 사실로 공식 확인될 경우 허술한 군 경비태세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의 이날 보도가 나올 때까지 약 1주일 간 탈북민이 군 경계망을 뚫고 북측으로 되돌아간 사실을 군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또 탈북민은 국내 도착 후 5년간은 관할 경찰서에서 관리를 하게 되는데 A씨를 경찰이 제대로 챙겼는지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제기된다.

군의 경우 지난해 6월 북한 소형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당시에도 해당 목선을 레이더 상 반사파로 오인해 놓친 바 있다. 2개월 전 충남 태안 해상 중국인 밀입국을 놓쳤던 것도 군이다. 이번 한강 재입북 사건까지 더해지며 해안 경계에 연이어 실패한 군 당국을 향한 비판은 커질 전망이다.

남측과 마찬가지로 경계망이 뚫린 북측은 책임자를 문책했다. 중앙통신은 이날 보도에서 "월남 도주사건이 발생한 해당 지역 전연부대(최전방부대)의 허술한 전선경계근무실태를 엄중히 지적하고 당중앙군사위원회가 사건 발생에 책임이 있는 부대에 대한 집중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엄중한 처벌을 적용하며 해당한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재입북 탈북민이 해안경계망을 뚫고 개성 시내에서 발견된 만큼 경계 및 보안책임자들을 문책한다는 의미다.

당초 북한이 이날 보도에서 '분계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군사분계선(MDL) 철책이 뚫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군 당국은 일단 MDL 철책이 뚫린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군 일각에서는 북에서 넘어오는 인원에 대한 경계와 달리 남측에서 북으로 가는 방향은 처음부터 경계 태세 자체에 차이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북한이 왜 A씨를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라고 주장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북한은 "불법 귀향자의 상기도 분비물과 혈액에 대한 여러 차례의 검사를 진행했다"며 "악성비루스 감염자로 의진할 수 있는 석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재입북한 A씨가 북한 당국에 그렇게 주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A씨가 실제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치료 여부가 불확실한 북측으로 되돌아갈 개연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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