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밤 폭우로 부산항 인근 동구 초량동 제1지하차도가 물에 잠기면서 시민 3명이 숨졌다. 당시 부산에는 시간당 80㎜가 넘는 큰 비가 내려 지하차도에 물이 순식간에 차올랐는데 희생자들은 미처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진입했다가 변을 당했다. 구조된 시민들에 따르면 지하차도에 들어설 때만 해도 차 바퀴가 첨벙거리는 정도였고 진입금지 표시도 없어 경계심 없이 진입했으나 갑자기 물이 차올라 황급히 탈출했다니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짐작케 한다.
갑작스레 내린 큰 비였다고는 해도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지자체가 사전에 기민하게 대비했다면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참사는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행정안전부가 이미 지난 2월 침수 우려가 있는 전국 145개 지하차도를 통제하는 내용의 지침을 지자체에 내려 보냈음에도 이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부산 동구는 따르지 않았다. 지침에 따르면 사고가 난 지하차도는 호우경보 발령시 지자체가 통제하는 위험 3등급 도로에 해당한다. 이날 오후 8시부터 부산에는 호우주의보가 호우경보로 바뀌어 침수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차량 침수가 시작된 오후 9시 40분께까지 아무런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다. 지자체 과실 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참사는 6년 전 사고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부산시도 책임이 크다. 2014년 8월 동래구 우장춘로 지하차도 진입 차량 탑승자 2명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빠져 숨지자 부산시는 초량동 제1지하차도를 비롯한 전체 지하차도 35곳의 배수 용량을 늘렸다. 제1지하차도에도 시간당 20톤의 물을 빼낼 수 있는 배수펌프가 설치돼 있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도 제대로 못 고친 격이다. 부산에는 27일 또 시간당 30~5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당국은 유사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하차도 침수 대책을 비롯한 재해 대책을 재점검하는 등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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