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ㆍ홍콩보안법 등 갈등 잇따르는 상황
"'주석'은 민주주의 지도자 의미" 이유 들어
美 고위급 "시진핑 총서기" 호칭으로 선회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6월 29일 주요20개국 정상회담이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사카=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호칭을 바꿔 부르고 있다. '주석(presidentㆍ대통령)' 대신 '총서기(General Secretary)'로 지칭하는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 홍콩 국가보안법,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과 더불어 최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 등으로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이 시진핑을 '주석' 대신 '총서기'로 변경해 부르고 있다"면서 그 의도를 분석하는 기사를 실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Chinese Communist PartyㆍCCP) 총서기, 중국 국가주석,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하는 당ㆍ국가ㆍ군의 최고 지도자로, 그간 미국 당국자들은 관행적으로 시 주석에게 '주석' 호칭을 써 왔다.
시 주석의 호칭 변화를 주도한 인물은 미국의 외교 사령탑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라는 것이 SCMP의 지적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중 갈등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시 주석을 '주석'으로 호칭하면서 정중하게 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회의 때 "시 주석이 함께하는 실무 만찬에 참석해 영광"이라는 표현도 사용했으며, 장관 취임 후 첫 베이징(北京) 방문 시에는 "시 주석과 생산적인 미팅을 하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2019년 하반기부터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점차 시 주석을 '총서기'로 지칭하기 시작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3일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의 닉슨도서관에서 '중국공산당(CCP)과 자유 세계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하면서 "시진핑 총서기는 파산한 전체주의 이념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비판했다. 앞서 5월 3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관련한 질문에 "중국공산당(CCP)의 군사적 발전은 현실"이라면서 "시 총서기는 군사적 능력을 증강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중국을 설명하는 자료에 "중국은 중국 공산당이 통치하는 권위주의 체제이며, 시진핑은 공산당의 총서기"라고 표현했다. 시 주석을 국가 통치의 수장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집권 정당의 대표로 인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에 대한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호칭 변화는 미중 갈등 상황을 반영하는 것임과 동시에 시 주석 통치를 부당화하고 중국 공산당과 인민 사이의 틈을 벌리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미중 관계 전문가인 앨리슨 스잘윈스키는 "그들은 대의제 정부의 지도자와 독재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지도자를 구별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로빈 클리블랜드 미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 의장은 "시 주석이 선거에 의해 선출되고 시민사회와 유권자의 정치적 지지를 받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단순한 진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이기적인 당의 꼭대기에 자리 잡은 독재자"라면서 "따라서 용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USCC 역시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시 주석을 '프레지던트'가 아닌 '총서기'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지던트(주석ㆍ대통령)'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에 의해 지도자가 선정됐을 때 사용하는 호칭이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 내부 권력투쟁의 승자에게 사용해선 안 된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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