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들이 24일 정면 대결을 펼쳤다. 이날 대검찰청이 개최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서다. 강요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동재(35ㆍ구속) 전 채널A 기자와 공모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한동훈(47) 검사장은 무리한 수사를 주장한 반면, 이철(55ㆍ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측은 “한동훈이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서 열린 수사심의위는 당초 이 사건의 피해자 격인 이철 대표가 소집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도 직접 참석했다. 사건 핵심 당사자 3자 간 첫 대면인 동시에, 그동안 서신 또는 대리인을 통해서만 접촉했던 이 전 기자와 이 전 대표도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한 셈이다.
수사심의위의 핵심 안건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그리고 공소제기 여부였다. 우선 수사팀과 각 변호인의 회피ㆍ기피 절차를 거쳐 본격적인 안건 심의에 들어갔다. 수사팀부터 피해자인 이 전 대표, 피의자인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등의 순으로 각각 의견을 개진한 뒤, 심의위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들 모두 각각 A4 용지 30쪽가량의 의견서 제출과 함께 25분씩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한 뒤, 심의위원 16명과 15분간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이날 회의에서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올해 2, 3월 이 전 대표에게 수차례 보낸 편지의 내용, 첫 편시 발송 전날(2월 13일) 한 검사장을 면담한 사실 등을 들어 ‘묵시적인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이 전 대표 측도 “이 전 기자가 수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협박해 유 이사장 등에 대한 허위 진술을 강요했고, 가족들에게까지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공포심을 느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맞서 이 전 기자 측은 “한 검사장을 통해 이 전 대표가 협조하면, 유리한 상황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비위 사실을 취재해 보려는 의도였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강요죄의 구성요건인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는 ‘채찍’은 없고, 이 전 대표 본인에게 유리한 상황에 대한 ‘당근’만 담긴 편지는 물론, ‘제보자 X’와의 대화 내용도 강요미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전 기자와의 공모, 즉 검찰력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받는 한 검사장도 “이 전 대표와 그의 대리인이 ‘정치적 공작’을 한 것” “이 전 기자에게 건넨 ‘그러다 한 건 걸리면 되지’ 등의 말은 단순 덕담” 등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이날 심의 결과는 이번 수사의 중대 분수령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수사팀-대검 간 공개 마찰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던 만큼 검찰 안팎에는 상당한 후폭풍을 남기게 될 공산이 크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간부는 “검찰 전체가 적지 않은 내홍을 입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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