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24일 절충적 성격의 결론을 내리면서 수사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인 이동재(35ㆍ구속)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에 대해선 ‘수사 계속ㆍ기소’를, 종착점이라 할 만한 한 검사장에 대해선 ‘수사 중단ㆍ불기소’라는 상반된 판단을 내린 탓이다. 수사심의위는 한마디로 이 사건 실체를 ‘검찰과 언론의 유착ㆍ공모’가 아니라, 이 전 기자가 검찰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빙자해서 무리하게 ‘협박성 취재’를 벌인 단독 범행으로 본 것이다.
일단 수사팀으로선 최소한의 수사 정당성만큼은 인정받았다. 당초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 형사부 실무진은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죄조차 성립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윤 총장은 특히 이 전 기자의 요청을 수용,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는 등 이 사건 수사에 제동을 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에 반발하며 수사를 강행한 수사팀은 결국 이 전 기자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다. 법원이 그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특정한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한 점도 수사팀 입장을 뒷받침해 줬다. 따라서 수사심의위 의결로 인해 수사팀은 적어도 이 전 기자가 ‘협박’을 무기로 취재 행위를 한 데 대한 사법처리의 명분은 다시 한번 확보한 셈이 됐다.
그러나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 의결은 수사팀에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전망이다. 수사팀(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은 수사심의위 의결 직후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폰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를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수사심의위에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을 의결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팀의 반응은 반대로 아직 한 검사장에 대해선 충분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심의위원 중 한 명도 의결 이후 취재진에게 “이날 새롭게 수사팀 측이 내놓은 추가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으로선 법원이 이 전 기자의 영장을 발부하며 ‘검찰 고위직과 연결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라고 했던 증거를 심의위원들이 인정하지 않은 데다, 공모 관계를 입증할 자료를 향후에 확보할 기회마저 앗아간 데 대한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검찰이 이 전 기자 수사과정에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를 입증할 추가 자료를 확보하면, 이날 권고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수사심의위 결정에 대해선 ‘존중하여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강제할 방법은 없다. 다만, 수사를 강행하다가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할 경우,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취지를 검찰 스스로 무력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검사장과 달리 ‘수사계속-기소’가 의결돼 앞으로 법정에 서게 될 게 확실해진 이 전 기자 측은 “취재 욕심으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수사심의위 결정을 존중하고 향후 수사 및 재판에서 강요미수죄 성립 여부를 잘 가리겠다”고 밝혔다. 이 전 기자로선 ‘검언유착’이라는 오명은 일단 벗었지만, ‘협박성 취재’를 했다는 사실은 재차 공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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