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보다 기능 중심, 학교 병원 등 먼저 조성
120여개 대상 기관 중 몇개, 어디 갈지는 미정
여권이 행정수도 세종 추진에 이어 120여개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입지영향평가제 도입 등 '양보다 질에 집중하겠다'는 3대 기준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국가균형발전 논리를 앞세우고 있지만 행정수도 이전 시도와 맞물려 정치권 공방도 뜨거워지고 있다.
24일 민주당에 따르면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22일 이해찬 대표 및 김태년 원내대표와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 참석,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공공기관 2차 이전 방향을 보고한 데 이어 이날 민주당 지도부까지 비공개로 만난 것이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해 △이전 공공기관의 규모보다 이전 지역의 산업 특성과 기능을 중심으로 이전 기관을 선정하고 △이전 지역에 학교ㆍ병원 등의 정주(井州) 환경을 조성하며 △입지영향평가제를 도입해 신설 공공기관의 수도권 설립을 원천 배제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공공기관 이전에 첫 드라이브를 걸어 2017년까지 153개의 공공기관을 이전했다. 다만 지역이 가진 산업적, 기능적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정주환경 조성도 소홀했던 탓에 기대만큼의 균형발전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에 2차 공공기관 이전은 1차 이전의 한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이전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국무총리로 1차 이전을 주도한 이해찬 대표는 지난 2018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수도권 공공기관 중 122개 기관을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또 4ㆍ15 총선 직전인 4월 6일 부산지역 선거대책회의에서는 “총선이 끝나는 대로 공공기관 이전 시즌2를 조속히 확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여권도 적극 동조하는 기류다. 김해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신속하게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을 제시하고 구체적 대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도 21일 김경수 경남지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2차 공공기관의 전국 분산 문제도 본격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향후 당정협의와 지방자치단체 협의를 거쳐 이전 대상과 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전 대상으로는 최대 120여개 공공기관, 공기업, 국책연구기관 등이 거론된다. 다만 당 지도부는 구체적 이전 기관 및 지역 언급에는 신중한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관련돼 있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며 “이전 대상이나 숫자, 지역을 거론하기 이르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서울대, KBS,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의 국책기관이 이전 검토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한목소리로 "그런 방안은 검토된 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여권에서는 향후 행정수도 및 공공기관 이전을 질서 있게 논의하기 위해 당정청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사열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자치와 균형’ 포럼에서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 “청와대에서 내용이 정리된 후에 공개될 것”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대기업 본사 이전까지 검토하느냐는 질문에는 “기업이 나서주면 좋다. 이전 가능한 조건을 우리가 만들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의욕을 드러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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