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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ㆍ금ㆍ채권 등 연일 최고가… 코로나 불황 비웃는 '자산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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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ㆍ금ㆍ채권 등 연일 최고가… 코로나 불황 비웃는 '자산 버블'

입력
2020.07.27 01:00
수정
2020.07.27 01:09
4면
0 0

전세계가 코로나 대응 위해 돈다발 푼 탓
일각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 중견 제약사인 신풍제약은 최근 말라리아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효과 검증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발표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주당 7,000~8,000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불과 3개월 사이 10만원대로 약 1,100% 이상 급등했고, 급기야 지난 21일과 23일에는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24일 급락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ㆍ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은 무려 3,000배가 넘는다. 증시 대표주 삼성전자 PER(24일 17.12배)이 초라해지는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국내외 실물경제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각종 자산 가격은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가리지 않고 연일 치솟고 있다. 경기 흐름이나 자산의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벌어지는 이 같은 현상은, 각국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쏟아부은 막대한 유동성 때문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오로지 돈의 힘이 거의 모든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이런 흐름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는 전문가 역시 드문 가운데, 최근의 유동성 랠리가 과연 언제 종료될 것인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식, 금, 은, 채권값 모두 오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통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ㆍ채권값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4일 2,200.44로 마감해 올해 저점(1,457.64) 대비 51% 오른 상태다.

같은 날 거래된 금의 1g당 가격은 6거래일 연속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7만3,940원으로 마감했다.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305%로 마감했는데, 올해 1월보다 25% 넘게 떨어졌다. 금리와 반대인 채권가격은 그만큼 오른 셈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뉴욕 증시는 지난 3월 폭락장 이후 예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더 오르고 있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45%가량 올랐고, 기술주가 밀집한 나스닥지수는 3월 대비 55%, 연초 대비해서도 15% 오르며 역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지난 24일 뉴욕시장에선 현물 금 가격이 1온스당 1,901.45달러까지 올랐다. 3월에 기록한 올해 저점 대비 30% 오른 데다 역대 최고치인 1,921.17달러를 눈앞에 뒀다. 은 가격도 지난주 1980년 이래 주간으로는 가장 큰 폭인 17% 오르면서 1온스당 22.77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주요 자산가격 상승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올해 주요 자산가격 상승 현황. 그래픽=박구원 기자



폭주하는 가격, 결국은 유동성 잔치

보통 경기가 좋을 때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이, 반대 상황에선 금, 채권 등 안전자산 가격이 상승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현금)을 시장에 풀면서 이런 상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5월 시중 유동성을 뜻하는 광의통화(M2)는 4월 대비 35조원 이상 늘어난 3,053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증가 규모를 경신했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한 미국의 광의통화는 현재 18조3,999억달러로, 지난 2월 대비 3조달러(약 3,600조원) 급증했다.

시장에서는 이런 유동성이 실물 투자나 소비로 이어지는 대신 자산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관측한다. 우리나라의 시중 통화유통속도는 지난 1분기 기준 0.64까지 떨어져 200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경제주체 심리가 위축돼 소비나 투자로 돈이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금값은 1g당 7만3,94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 금 시장에서 금값은 1g당 7만3,94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합뉴스



실물경기, 자산시장 못 따라갈 듯

최근 치솟는 금값은 실물경기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제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금값 상승은 추락하는 생산성과 높은 실업률, 유동성 확대가 두루 반영된 결과”라면서 내년까지 온스당 3,000달러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고 봤다.

유동성 장세의 붕괴 시점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결국 실물경기가 받쳐주지 못할 경우 주식 같은 위험자산은 하락할 여지가 높아진다.

이에 일각에선 '스태그플레이션(불황+물가상승)'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그렉 젠슨 수석운용책임자(CIO)는 최근 "현재 경제는 경기부양에 실패해 발생하는 디플레이션과 너무 많은 돈을 풀어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운데 한쪽에 빠질 기로에 서 있다"고 밝혔다.

물론 실물경제가 자산시장 상승세에 힘 입어 조기에 회복하는 제3의 길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6일 "국내 경제는 V자 반등보다는 장기간의 느린 회복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수출 위주인 우리 경제 특성상 해외의 코로나19 확산세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현재 지속 기간을 예단하기 어려운 데다, 미중 충돌로 인한 긴장도 실물경제 회복을 내리누르는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남아 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가계와 기업 성장세가 세수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피해가 가장 큰 산업을 우선순위로 삼아 집중 지원하는 식의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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