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절도 경고ㆍ美타격 최소화 '이중 포석'
中공관 폐쇄 다음 타깃, 샌프란시스코 유력
"FBI가 기소한 중국인 연구원 은닉" 보도
왜 휴스턴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재미 중국 공관 7곳 중 휴스턴 총영사관을 콕 집어 퇴거 명령을 내렸다. “지식재산 보호 조치(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 “연구 탈취 거점(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기술 절도와 관련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실제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수사당국의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다음 타깃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이 유력해 보인다.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2일(현지시간) 입수한 미 연방수사국(FBI) 자료를 보면, FBI는 7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휴스턴 총영사관이 민감한 정보를 불법 이전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FBI는 휴스턴 영사관의 활동을 6개월 동안 추적ㆍ조사해 크게 3가지 범죄 행태를 밝혀냈다. 총영사관이 △지역기관들로부터 의학 등 안보상 중요한 연구자료를 옮기려 했고 △기밀 정보를 중국으로 이전하기 위해 교수와 연구원, 학자 등 지역 인재 50여명에 대한 포섭 시도를 했으며 △미국 내 반(反)체제 중국 국적자들을 탄압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폐쇄 근거로 든 기술 절도 행위에 딱 들어맞는 셈이다.
표면적 사유는 이렇지만 미 행정부가 휴스턴을 택한 데는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복합적 의도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휴스턴 총영사관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에 개설한 첫 영사관이다.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상징적 효과는 뛰어난 반면, 폐쇄해도 업무에 미치는 타격은 미미하다. NYT는 “휴스턴 영사관은 주로 텍사스와 플로리다 등 남부 주(州)들의 비자를 처리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양국간 이동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외교적 파장에 비해 여행 등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미다. 중국 주재 외교관 출신인 제임스 그린은 CNN방송에서 “휴스턴 영사관이 (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된 중국 우한 주재 미 영사관과 자매 관계라 대칭적 조치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물론 휴스턴 영사관이 미국이 상정하는 압박 효과를 거두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니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방송에서 “휴스턴 영사관은 첩보 활동에서 특별히 명성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면서 “공관 폐쇄로 첩보 활동을 막을 수 있다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진짜 속내가 무엇이든 어느 공관이 휴스턴 다음 타깃이 될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관 추가 폐쇄 가능성을 공언한 상태다. 1순위는 샌프란시스코 주재 총영사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알려진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주재 미 대사는 이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나라면 기술 집약 지역인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을 폐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 맞춰 이날 샌프란시스코 중국 영사관이 FBI가 기소한 중국인 군사 연구원을 은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점도 추가 폐쇄에 힘을 싣고 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군사 과학자들을 미국에 위장 입국시킨 것으로 보이는 여러 사건 중 하나”라면서 "기소된 연구원은 20일 FBI 조사를 받은 직후 영사관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