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이낙연, 김부겸, 박주민 3파전
지지율 급락 속 당 쇄신할 리더 뽑아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21일 마감됨으로써 당 대표 선거 레이스가 본격화했다.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두 대선주자급 후보가 맞붙고 박주민 의원이 가세한 3파전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러나 미리 보는 대선 경선으로만 관전을 즐기기엔 지금 민주당의 위기가 심각하다.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하는 후보라면 골수 지지층 끌어안기에 전념할 게 아니라 정체성을 잃어가는 민주당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 목소리를 내고 이로써 평가를 받아야 한다.
여권의 현 상황은 70%대의 경이로운 대통령 지지율, 압도적 총선 승리가 불과 3개월 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침체돼 있다. 민주당 지지자는 빠른 속도로 이탈하고 있고, 미래통합당과 지지율 격차는 4.3%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민심 이반의 주된 이유는 혼란스러운 부동산 대책과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에 대한 부적절한 반응일 텐데, 일회성 오판과 실책으로만 보기 어렵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부동산시장에서 세제(稅制)만으로 집값 안정의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데, 고위 관료와 의원들의 다주택 보유 실태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부추겼다. 잇단 여권 인사 성비위에 대해 보인 무반응과 말실수는 민주당이 이를 얼마나 하찮은 문제로 여기는지를 드러냈다. 즉 민주당은 이제 기득권층이며 시대에 뒤처진 꼰대라는 사실을 국민이 목격한 결과, 핵심 지지층들이 급속히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것이다.
차기 민주당 대표는 이 시점에서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과 체질 개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해구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총선 평가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지지 기반은 미래를 보는 세대”라며 2040의 지지가 힘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바로 지금 그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음을 민주당은 자각해야 한다. 과연 민주당은 민주적인지, 약자를 포용하는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고 있는지 자문해야 할 때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연설에서 민주당의 독주와 위선을 강하게 비판한 것을 정쟁으로만 들을 수도 있으나 이런 시각에 동의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새로운 정강을 마련하는 통합당만큼이나 민주당도 환골탈태할 필요가 있다.
이낙연 후보는 “(현안에 대한) 대처가 굼뜨고 둔감했다”며 앞으로 적극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 판결 후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여권 내 선명성 경쟁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당대표 후보들이 현안에 선명하고 차별화된 목소리를 냄으로써 당원의 표심을 잡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민주당의 위기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개선점을 제시함으로써 당을 책임지는 리더의 자질을 증명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번 전당대회가 단지 차기 대선 주자를 발굴하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진지한 자성과 혁신의 첫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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