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증환자 병상, 수도권에 60%
전남ㆍ광주 등은 10개도 채 되지 않아
광주에 사는 40대 주부 A씨는 지난 1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후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광주지역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중증치료병실이 부족해지자 A씨는 사흘 뒤인 13일 충남 천안우정공무원교육원에 있는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됐다. 40대로 비교적 젊은데다 경증이어서 생활치료센터로 옮겼지만, 16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다시 광주의 한 음압병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광주의 병실부족으로 A씨는 200㎞가 넘는 생활치료센터까지 응급차를 타고 왕복해야 했다. A씨처럼 광주지역 병실 부족으로 타 지역에서 치료를 받는 광주 확진자는 지난 19일 기준 32명에 이른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올 3월 18일 경북 경산의 고교생 정유엽(17)군이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았다. 정군은 같은달 12일 40도가 넘는 고열로 경산의 한 병원을 찾았지만,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인해 해열제 등만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음날도 열은 떨어지지 않아 상태가 더욱 악화됐고, 결국 저녁이 돼서야 정군의 부모가 직접 운전해 음압병실이 있는 대구 영남대병원으로 정군을 데려갔다. 그러나 입원 5일 만에 고인이 됐다. 정군이 처음 찾은 경산의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가 의심됐고, 음압 병실이 없어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정군의 최종 사인은 ‘급성폐렴’이었지만, 사실상 코로나19로 의한 의료공백 영향이 컸다는 지적이다.
당초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문제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19 국토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응급의료시설인 경우 전국 시군구 평균 접근성은 12.5㎞다. 전 국민의 92.93%가 응급의료시설까지 차량으로 약 30분(도로 이동 15㎞ 기준) 거리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서울은 2.84㎞로, 경북(20.14㎞), 강원(20.28㎞), 제주(22.38㎞) 등과 비교해 최대 7배 이상 차이가 났다. 또 공적마스크 판매로 큰 관심을 받은 약국 접근성도 사정은 비슷했다. 전국 평균은 5.04㎞였지만, 서울은 0.94㎞, 강원은 9.24㎞로 지역 간 접근성 격차가 매우 컸다.
특히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지역 내에서 중증질환 입원진료를 받는 비율이 서울시민은 93%인 반면 경북도민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지방 환자들이 진료를 위해 서울 등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급기야 지역 간 의료 격차는 코로나19 사태로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대구ㆍ경북지역에선 시설과 인력 부족 등으로 수천명이 제때 검사를 받지 못하거나 확진 판정을 받아도 입원하지 못하는 일이 속출했다. 심지어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집에 머물다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광주지역은 병상 부족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지난 19일 현재 확보된 병상은 167개로, 이 중 100개는 사용 중이고 67개가 남았다. 또 음압격리병실을 갖춘 국가지정 치료병상은 고작 17개에 불과했다.
전국에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 535개 중 서울(305개), 인천(51개), 경기(68개) 등 수도권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지자체들은 각각 10∼30개에 불과했고, 전남ㆍ광주(4개) 등 일부 지역은 10개도 채 되지 않았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과 재난응급상황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공공의료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며 “지역의료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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