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직속 윤리감찰단 구성 결정
이전 젠더폭력TF 등 유명무실 조직 되풀이 가능성도
더불어민주당이 ‘윤리감찰단’을 신설해 당 소속 공직자의 성 비위 문제를 근절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나 오거돈ㆍ박원순 전 시장 등 잇따른 권력형 성폭력 사건에서 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내놓은 해법이지만, 과거 수많은 대책처럼 ‘땜질 처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 대표 직속으로 윤리감찰단을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감찰단은 주요 당직자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를 대상으로 성 비위를 포함한 각종 윤리 문제를 조사해 정기적으로 ‘동향’을 중앙당에 보고하는 조직이다. 또 비위 혐의가 사실이면 윤리심판원에 징계를 요청할 수도 있다. 첩보와 제보를 받아 직접 조사하는 일종의 ‘인지수사’ 기관을 당 내에 두는 셈이다.
원대한 목표와 함께 감찰단이 출범하게 됐지만 과연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당 소속 의원만 176명, 광역ㆍ기초 자치단체장과 의원을 합하면 감찰 대상이 수천 명에 이르는데 유급직원이 100명을 넘지 못하는 중앙당 차원에서 들여다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감찰 대상자가 자료 제출 요구나 출석 요구에 협조하지 않을 때 감찰단이 이를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때문에 ‘권력형 성폭력 발생→유명무실한 대응 기구 구성’이란 해묵은 시나리오만 반복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안희정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 이후에도 민주당은 ‘젠더폭력태스크포스(TF)’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설치해 당과 관련된 인사의 성폭력 신고를 접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발생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에서 피해자가 찾은 건 민주당이 아닌 수사기관과 여성단체였다. 민주당은 이후 “뼈를 깎는 심경으로 노력하겠다”며 다시 ‘젠더폭력근절TF’를 꾸렸지만 이 TF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을 막지 못했다.
감찰단에 충분한 권한을 부여하고 제대로 작동시키려는 지도부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결국 중요한 건 운영의 문제"라며 “감찰단 조사에 당 구성원들이 따르게 하는 것이나, 이를 뒷받침할 당헌ㆍ당규를 만드는 것 모두 당 대표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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